모스크바 알투피예보 거리는 중심가에서 15㎞ 떨어진 외곽. 이곳은 요즘 교통체증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일 취재진이 찾은 알투피예보는 출근시간을 한참 지났는데도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동차로 꽉 차 있었다. 안내를 맡은 유학생 최랑씨는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의 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거리 곳곳이 언제나 심하게 막힌다”고 귀띔했다. 오일머니가 넘치면서 러시아 국민들이 내남없이 자동차를 구매하기 때문이란다. 2000년 연간 100만대 안팎이었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256만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시장’=시장 예측기관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319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러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완성차 메이커들의 격전지로 변한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차는 수입 브랜드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서 5월 말까지 8만4,685대를 팔아 수입 브랜드 시장점유율 10%를 훌쩍 넘겼다. 거리에 넘쳐나는 포드ㆍ시보레ㆍ도요타ㆍ닛산 등 수많은 수입 브랜드 중에서 겟츠(클릭)ㆍ베르나ㆍ투싼 등 낯익은 현대 차들이 유독 눈에 많의 띄는 이유다. 러시아에서 현대차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대 수입차 딜러망인 롤프의 현대차 딜러점 드미트리 세르게예프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 때문”이라며 “9개의 수입 브랜드 차를 판매하는 롤프사의 매출 중 40%를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싼을 사기 위해 이 딜러점을 찾았다는 사프로노프 세르게이씨는 “요즘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투싼의 인기가 굉장하다”며 “가격과 성능ㆍ디자인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러시아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35.3% 증가한 20만대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전담 판매법인(HMCIS)도 설립해놓았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ㆍ판촉 활동과 함께 판매 및 정비망 확충, 역량 강화, 주력 모델 공급 확대 및 신모델 출시를 통한 판매 증대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메이커를 넘어서라=현대차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것은 러시아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승용차 판매 중 수입 브랜드 비중은 62.3%. 2003년 16.2%에서 4배 가까이 커졌다. 반면 유일한 토종 브랜드 ‘아브토바즈’는 외국업체의 시장 공략으로 점유율이 지난해 25.9%에서 올해는 22.6%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포드는 2002년부터 가동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오는 9월부터 중형 몬데오 모델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또 도요타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중형 캠리 모델의 본격 생산에 나섰다. 이밖에 시보레는 모기업 GM의 전략에 따라 2010년 연간 80대 판매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도 신모델 출시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하반기에 쏘나타 트랜스폼을 비롯해 제네시스와 베라크루즈를 투입, 소형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풀 라인업을 새롭게 갖춘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다른 전략은 가장 큰 수요층이 있는 중소형차 시장의 집중. 유럽 전략형 모델 i30와 인도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i10ㆍi20을 내년에 론칭해 중소형차 판매를 늘리는 한편 이번에 새로 착공하는 러시아 공장에도 중소형급의 신모델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현지 PR매니저인 율리아씨는 “수입 브랜드들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