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인도네시아에 당근보다 채찍 바람직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8월 18일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에 최근 발리은행 스캔들 등 구조개혁에 역행하는 사건들이 잇따르자 국민들과 투자가들로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정부에서 여러 부실은행들 가운데 몇몇을 선택, 「살아남을 은행」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치권과의 물밑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리은행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7,0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이 집권 여당인 골카르당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분노한 국민들은 이번 만큼은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들 뿐아니라 해외 투자가들과 회계법인,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까지도 관련자들을 처벌하라는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철저한 개혁만이 인도네시아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을 고통의 터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부패한 러시아 정부에 채찍 대신 IMF 자금지원이라는 당근을 주었다가 결국 러시아 경제에 서서히 퍼지는 독(毒)이 되고 말았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유사한 케이스이긴 하나 이번 만큼은 분명히 다른 해결방식을 택해야 한다. 사실 IMF는 매년 200억달러의 검은 돈이 크렘린 궁으로 흘러가는 러시아의 오랜 부패관행을 알고 있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수십억 달러를 해외 비밀계좌로 빼돌린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IMF는 대책없이 밑빠진 독에 45억 달러를 추가로 부어넣기로 결정했다. 이런 지원이 옐친 대통령과 소수 정치 엘리트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경고도 무시했다. 발리은행 스캔들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러시아와 유사한 케이스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외국투자가들에게 솔직한 사과가 아니라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한가지 차이점은 발리은행에서 사라진 돈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외국은행들이 발리은행 주식을 매입하기 전 이 돈의 행방을 집요하게 추궁했던 덕분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와는 달리 이번에는 IMF가 회계상의 투명성과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던 부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셈이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겉으로는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렇게 가혹하게 몰아붙이면서 러시아에서는 무엇 때문에 어린애 다루듯 조심스러웠는가 하는 항의도 있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보여준 IMF의 안일한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개혁의 지연이나 러시아 마피아 세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그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커다란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네시아에 가해지는 채찍은 바람직한 것이며 결국 인도네시아 경제에 약이 될 것이다. 비록 그 채찍이 너무 가혹해서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일이 있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그 채찍이 축복의 선물로 변해 돌아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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