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양하 한샘 회장, “가구 대기업으로서 유통업 집중할 것”

■ 최양하 함샘 대표, 가구업계 상생 방향을 말하다<br>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면 역할 분담이 바람직한 모델<br>이케아 저가로 국내 시장 공략… 품질·서비스로 승부 자신감



"제조 부문은 중소기업이 가져가고, 대기업은 유통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대ㆍ중기 산업구조입니다"

한국 부엌가구업계의 산증인인 최양하(사진)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조와 유통의 역할 분담을 가구업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상생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한샘 등 국내회사가 정말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세계 최대 가구회사인 이케아처럼 제품 대부분을 외주에 맡기고 본사는 유통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국내 중소기업을 믿고 제조부문을 계속 맡겨야 모두에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한샘은 현재 모든 제품 가운데 25%만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이는 부엌 캐비닛 품목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나머지 75%는 모두 중소형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다. 한샘은 앞으로 자체 제작 비중을 더 줄여 가구 유통업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이케아의 협력사들은 이케아가 가동률이 매우 높은 데다 원자재도 저가에 구매를 대행해 주기 때문에 마진율이 더 높은 다른 납품처보다 이 회사에 대해 훨씬 더 만족한다고 들었다"며 "한샘도 글로벌 회사로 크기 위해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회사로 도약 중인 한샘은 27년전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추진해왔다. 지난 1985년 미국, 1991년 일본, 1996년 중국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했을 정도로 가구회사로서는 일찌감치 글로벌시장에 눈을 돌린 것.

특히 납품 대금 상환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부진을 겪었던 중국시장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현재는 눈에 띄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샘 중국 법인은 중국 최대 개발상인 완커 등과의 안정적인 거래를 통해 지난 2009년 5,400만 위안, 2010년 4,000만 위안을 거쳐 지난해엔 1억 위안(한화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도 경영방침을 '고객감동경영 세계최고수준 도전'으로 정했으며, 중국시장에서 지난해의 2배 가까운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은 "중국에서도 특히 북경에는 부엌가구 특판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대형업체가 없기 때문에 한샘에 좋은 진출처라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한샘도 다른 국내 회사처럼 대금 상환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부터 현지 건설사들과 신뢰 관계를 본격적으로 형성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시장은 한샘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제품 품질과 설치 기술력을 인정 받아 중국 건설사들의 한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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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오는 2014년 경기 광명시에 1호 매장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케아 제품이 저가 메리트를 앞세우고 있다면 한샘은 품질, 서비스에 대한 우위로 승부할 방침이다. 또 자재 대량 구매와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통한 원가 개선, 꾸준한 유통망 확충도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센텀시티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모두 가구 전시장으로 꾸민 '한샘 플래그샵 부산 센텀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는 "이케아 제품이 가격과 디자인 등 훌륭한 점도 있지만 품질은 확실히 한샘에 못 미친다"며 "가격 문제도 원가 절감을 통해 장기적으로 이케아와의 차이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관련, 오히려 한샘보다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타격을 우려했다. 이케아가 저가 시장까지 잠식하면 브랜드 없이 그동안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했던 중소기업들의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케아가 진출한 다른 나라 상황을 감안할 때 이케아의 국내시장 주력제품은 대형가구 품목이 아닌 저가의 가구 소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경우 한샘 등 브랜드 업체는 그래도 과감한 가격정책 등을 통해 경쟁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94년 한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올해까지 18년 동안 한샘을 이끌고 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보성고를 거쳐 지난 1973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 재직하다 1979년부터 한샘에 합류했다. 30년 이상을 한샘에서만 재직하다 지난 2009년에는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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