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랜드 까르푸 인수이후…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 4사가 뛰어들어 격전을 벌였던 까르푸 인수전이 끝난 지도 어느덧 보름이 넘었다. 하지만 치열했던 ‘인수합병(M&A) 전쟁’에서 ‘대어’를 낚은 이랜드는 아직까지도 후폭풍에 시달리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매에 붙여질 예정인 분당 야탑점 처리문제, 경영정상화 방안, 까르푸 직원들의 고용승계, 중복점포 매각설 등 일일이 거론하면 숨이 찰 정도다. 사실 한국까르푸는 이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까르푸 인수를 ‘계륵’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랜드는 그런 한국까르푸에 무려 1조7,500억원이라는 거금을 베팅해 인수에 성공했다. 이랜드는 인수발표 당시 기존 할인점들과 차별화한 ‘패션형 할인점’으로 매장을 탈바꿈해 현재 2%를 밑도는 영업이익률을 2~3년 안에 6%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막상 인수 후 이랜드가 보여주는 행보는 이번 한국까르푸 인수가 과연 준비된 M&A였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랜드그룹은 알짜매장으로 알려진 야탑점의 정확한 시장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야탑점 확보에 실패할 경우의 대비책 등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노조가 제출한 고용안정에 대한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도 미루고 있다. 심지어 이랜드 측이 까르푸 본사에 대한 비밀 정밀실사를 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어 ‘일단 잡고보자’식 인수가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구학서 신세계 사장이 기자들에게 직접 “이랜드가 일부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해 이랜드의 ‘32개 매장 직접경영’ 주장은 애초부터 진실이 아니라는 업계의 분석에 힘을 더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청교도적인 정신으로 2개의 점포로 사업을 시작해 이랜드를 현재의 거대 유통회사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기업가다. 굳이 종교적인 관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준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도 ‘사회적 기업’의 당연한 책무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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