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학가 '영어강의 기피' 재연 막아야

[기자의 눈] 대학가 '영어강의 기피' 재연 막아야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국내 최고의 토종 MBA 대학원으로 꼽히는 KAIST 학생들은 지난해 난데없는 강의실 자리맡기 전쟁을 치러야 했다. A교수의 한국어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A교수는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한국어와 영어로 병행해서 진행했지만 그의 영어 강의를 듣는 학생 대부분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몇몇 외국인들뿐이었다.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영어 강의를 듣도록 배정한 한국인 학생들은 그의 한국어 강의를 듣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강의실 자리를 맡아놓기까지 했다. 이유는 'A교수의 영어 강의를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 A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한 학생은 "한국에서 공부한 한국인 교수가 영어로 수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전달력이 떨어진다"면서 "한국어로 배워도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인데 영어로 듣기가 더욱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비단 이 교수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당 학교는 물론 다른 대학에서도 영어로 강의하는 한국인 교수들 상당수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화'를 외치면서 영어 강의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지만 수준 높은 영어 강의를 선보이는 교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교수들을 확보한 대학에서조차 영어 강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초ㆍ중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이 전면 실시될 경우 유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앞으로 초ㆍ중등학교의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몰입식 교육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입시 위주의 영어 교육에서 탈피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문법 위주의 '○○종합영어'로 공부해온 일선 학교 교사들이 과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어로 하는 수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어 강의 기피' 해프닝이 초ㆍ중등학교에서도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입력시간 : 2008/01/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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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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