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9ㆍ11 테러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탄 공격을 가하는 테러리스트와 ‘악의 축’으로 불리며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과 북한, 아니면 최근 국유화 조치 등으로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남미 국가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촌이 선택한 정답은 달랐다. 미국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ㆍ러시아ㆍ인도는 물론 미국의 맹방인 영국과 이집트ㆍ요르단 등 친미 중동국가들조차 미국을 지목했다. 자칭 ‘평화의 수호자’ ‘지구촌 경찰’이라는 미국이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세계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평화의 파괴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위협은 전비(戰費) 지출 규모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영토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미국은 최근 4년간 무려 4,390억원을 쏟아부었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며 벌였던 이라크 전쟁에도 3,190억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지난 한해 동안 군사비 지출로만 4,800억달러, 전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사용한 것도 미국이었다. 만약 미국이 지난해 사용한 군사비의 절반만 아껴 빈곤 퇴치에 사용해도 기아에 허덕이는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킬 수 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죽음 속을 헤매고 있는 2억명의 기아 빈민들도 더 이상 밥을 굶지 않아도 된다.
지구촌의 월드컵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시간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알카에다의 후계 지도자에 대해 “우리가 처리해야 할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또 우리나라가 토고와의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황홀한 역전승을 거둔 그 시각에 미국 의회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하는 데 사용하라고 660억달러의 예산을 기꺼이 승인했다.
미국이 지구촌 축제에 대해 마음 놓고 즐기기에 너무 위험하고 사치스럽다고 강변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