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국 정부의 셧다운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를 맞아 오랜만에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는 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ㆍShut-down)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출근을 하지 않는 바람에 길거리가 한산해서 교통체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니기는 무척 편했지만 예정됐던 재무부 관계자와의 면담이 취소된 것이 아쉬웠다.

고위직들은 출근하는 분위기였지만 중ㆍ하위직 공무원은 아예 쉬는 듯했다.

국무성은 정상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해외 공관의 비자 발급에서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 더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정부 건물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연방정부의 업무 마비로 보조금 등의 지급이 늦어지는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도 간혹 눈에 띄었다.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를 느끼면서 "정부가 셧다운 돼도 이 정도면 정부 무용론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자 워싱턴 소재 한 연구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잠깐은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지속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알래스카에서 게를 잡는 어선들의 예를 들었다. 정부 셧다운으로 어선들이 출어 허가를 받지 못해서 제때에 게잡이를 못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셧다운에 대한 미국 여론은 정부 편이었다. 공화당이 오버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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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중반에도 미 의회와 행정부는 국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지루한 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일부 미국 국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늦어지자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한 등급 강등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착수한 적이 있다. 결국 S&P의 데븐 샤마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됐다. 미 국채의 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국채는 오죽하겠냐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매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유럽 재정위기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졌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국채를 둘러싼 내부의 갈등이 세계 경제 전체에 엄청난 쇼크를 남긴 것이다.

필자 일행이 워싱턴을 떠나기 전날 밤, 미 행정부와 의회의 합의가 이뤄졌고 떠나는 날 아침에는 공무원들이 다시 출근하면서 교통체증이 상당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돼야 할 행정부가 의회에 발목이 잡혀 파열음을 내고 국정에 혼란이 오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올랐다. 정부가 셧다운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수많은 경제ㆍ민생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국회가 정쟁할 때는 하더라도 민생은 물밑에서 제대로 챙기는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만의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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