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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간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축소에 따른 경제충격) 협상이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에만 부자 증세하겠다는 새 협상안을 내놓는 등 양측이 한발짝씩 물러서면서 재정절벽 일괄타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17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3차 회동을 갖고 45분간 의견을 나눴다.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득세율 인상기준으로 연소득 25만달러라는 기존안을 양보해 40만달러 이상으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공화당 측의 100만달러 이상과는 여전히 차이가 크지만 미국 언론들은 '극적인 변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달라진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너 의장도 지난 14일 '부자증세는 안 된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에 한해 소득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수정안을 제의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또 향후 10년간 재정적자 감축규모도 당초 1조4,000억달러에서 1조2,000억달러로 낮췄다. 공화당은 1조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협상 관계자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최종안은 아니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의 철학적 차이는 없으며 가격흥정을 벌이는 가운데 양측이 제시하는 숫자가 상당히 가까워졌다"며 "재정절벽 일괄 타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윌리엄 스톤 PNC 수석 투자전략가는 "(재정절벽 협상이) 이번주 들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권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2%와 1.32%씩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난관도 존재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이날 의견을 좁혔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베이너 의장은 당장 18일 공화당 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의 새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고소득자 세금인상 기준 등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크리스마스 이후에 의원들과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당장 타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외에 채무한도 상향 문제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 2월까지 채무한도 상향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