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찝찝한 펀드 열기

증권부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펀드열풍이 반갑지 만은 않다.’ 적립식펀드의 설정잔고가 치솟고 있다. 지난 10월 한달간 신규로 유입된 금액은 5,246억원. 9월 2,694억원에 비해 두배가량 늘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더욱 실감난다. 4월 적립식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229억원. 10월의 20분의1 규모다. 시장에서는 벌써 적립식펀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올해가 적립식펀드의 원년이라면 내년은 본격적인 성장의 해’라거나 ‘적립식펀드는 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의 기폭제’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간접투자 비중이 커지면 자본시장이 그만큼 성숙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최근 펀드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의 속성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영 찝찔하다. 주식시장이 가라앉으면 펀드 역시 수익은 고사하고 투자원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위험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펀드 판매사는 “과연 판매할 때 강조했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일단 팔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지금의 펀드투자 이상열기는 리스크를 설명하기보다 성과부터 달성하겠다는 금융사의 실적지상주의와 리스크를 살피기보다 고수익만 바라보려는 투자자들의 열기가 합쳐진 결과로까지 읽힌다. 매번 그렇지만 이런 식의 맹목적인 투자열기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벤처 대박’ 뒤끝의 코스닥시장은 개미들의 한숨소리만 진동했다. 전국민을 들끓게 한 부동산열풍은 지금 상가ㆍ오피스텔 경매홍수로 뒷설거지에 힘겨워 하고 있다. 이번 펀드투자열풍도 마찬가지다. 매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제2의 코스닥시장 폭락과 제3의 상가ㆍ오피스텔 파동만이 기다릴 뿐이다. 잘 나갈 때 뒤를 돌아봐야 한다.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금융가 격언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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