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천국을 만들자/기고] 정치 '희망'으로 변해야

정동영<민주당 최고위원>'정치가 국민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며칠전 한 인터넷신문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이다. 정치는 꿈을 파는 기술이라고 했다. 현실이 고달프더라도 미래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뜻일 것이다. 국민에게 꿈을 팔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면 정치의 존립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정치는 다른 말로 하면 경제다. 경제가 잘되면 좋은 정치고 못되면 나쁜 정치다. IMF환란을 초래한 YS(김영삼 전대통령)정치는 그래서 좋은 정치로 평가되지않고, 인권을 탄압하고 독재를 한 박정희 정치가 산업화의 업적때문에 다시 재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박정희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신치하에서 보낸 나의 20대 청년시절은 어둠의 터널이었다. 분노와 저항, 좌절로 점철된 암울했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 그러나 국민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했던 박 전대통령의 리더십 흔적과 마주칠 때마다 그에대한 생각이 흔들리곤 한다. 두어달전 대덕에 있는 전자통신연구소(ETRI)를 방문했을 때도 국가지도자의 비전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마음속으로 놀랐다. 세계최고의 CDMA기술과 한국형 컴퓨터, 전전자교환기, 반도체기술등을 개발한 ETRI는 지난 79년 100여명의 연구원을 끌어모아 박대통령이 출범시켰다. 그로부터 20년뒤 ETRI가 내놓은 기술은 우리국민이 먹고 살 기반을 제공했다. 이것이 비전이고 좋은 정치의 한 사례다. 1960년 케네디가 냉전에 지친 미국국민들에게 우주를 향해 도전하자며 면 뉴 프론티어 정신이 필요하다고 제창한 것 역시 미래에 미국이 먹고 살 것을 장만한 거대한 비전이었다. 69년 인간이 달에 착륙했고 미국의 우주항공분야는 그로부터 30년이상 세계최고ㆍ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10년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이것이 한국정치의 비전이 돼야 한다. IMF 부실로부터 벗어나 투명화ㆍ분권화ㆍ탈냉전을 통해 세계사의 주류에 합류하고 강한 국가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3~4년간 정부의 정책과 결합돼 일궈낸 세계 톱클래스의 IT인프라를 국가 재설계ㆍ재건축 작업에 활용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IT정부(전자정부), 굴뚝기업의 IT화, IT기업의 굴뚝화, IT를 통한 노동력 고급화를 이룩하면 한국경제는 획기적으로 투명해질 것이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덩어리는 한반도 내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부실한 북한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북한의 개방화와 인프라 건설을 통해 북한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것이다. 열쇠는 바로 정치다. 여기서 잠깐 이웃나라 일본이야기를 해보자. 일본의 인기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지난 2월초 도쿄주재 외신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9%로 전후 최저의 인기를 기록했던 전임 모리 총리를 이렇게 비유했다 "모리는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일본의 아버지다. 깨어나면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한뒤 다시 잠들어버리는 아버지, 무능하지만 악하지는 않은 가장. 일본인들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런 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이같이 무능한 3류 정치인들의 지도력 부재로부터 기인한다는 아픈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계파를 초월한 강력한 대중적 리더십으로 기존의 경제체질을 혁신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달하는 것도 바로 무기력한 정치적 리더십에 신물난 일본국민들의 반작용에서 기인한다고 해석된다. 지도력의 부재란 바로 신뢰의 부재의 다른 표현이다. 일본 이야기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도 정치가 좌우한다. 정치가 희망으로 변해야 경제가 살고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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