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4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절 골프 사건'이 표면화된지 이주일만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노 대통령을 청와대로 찾아가 면담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한뒤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은 반응이 어땠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면담에는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배석했고, 이후 참모들을 물린 채 이 총리와의 별도면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지난 2004년 6월 총리로 임명돼 1년 8개월간 재임하면서 노 대통령의절대적 신임속에 `실세총리'로 불리는 등 사실상 국정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인사들과의 골프'로 인해 야당은 물론, 자신이 속한열린우리당내의 강한 사퇴압박속에 스스로 퇴진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 대통령은 금명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선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막판까지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노 대통령의 중.장기 국정운영 기조는 일정부분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정국반전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주목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후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토록 한 뒤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이 총리의 후임 선정 작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분간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아 내각을 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결단 시점이 2-3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말해 금주중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열린우리당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제 파문 수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골프 파문의 진상조사단을 새로 꾸리는 등 대여 공세를 한층 강화할 태세여서 `골프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맞게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 총리의 사의와 관계없이 골프로비와 주가조작내부자 거래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벌여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골프로비 진상조사단을 확대 결성키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