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가 추락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유가가 하락하는데도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한국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8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2.99달러에서 현재 6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지만 유가하락 효과는 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9월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1% 올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월 기준으로 6월 5.5%로 5%대 벽을 돌파한 후 고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물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9월 수입물가는 8월보다 2.3% 올라 증가세로 돌아섰다. 8월 수입물가는 7월보다 4.4% 떨어져 1년2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한 9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물가가 오른 데는 이른바 ‘환율발 물가상승’이 한몫을 하고 있다. 유가만 놓고 보면 물가는 떨어져야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원ㆍ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0.07%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하락세가 유지되고 환율이 하락한다면 물가도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한번 오르면 설혹 하락 요인이 나타나더라도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만약 현재처럼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유가가 하락해도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현재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