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0월 13일]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

지난 1930년 6월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자신이 '부도덕하고 터무니없으며 불쾌한 법안'이라고 비난하던 '스무트 홀리 법(The Smoot-Hawley Tariff Act)'에 서명한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공화당과 일부 기업가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화폐방정식으로 유명한 어빙 피셔(Irving Fisher)를 비롯한 1,028명의 경제학자들이 후버에게 비토권을 행사하도록 청원하는 성명서를 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나 JP모건의 토머스 러몬트 등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경영자들도 이 법에 반대했다. 러몬트는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후버에게 비토권을 행사하도록 애걸했다"고 말했다. 이 법은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과 제조업자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2만여개의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평균 50%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의 시행결과는 참담했다. 미국의 수입은 1929년 44억달러에서 1934년 15억달러로 66%나 감소했지만 수출도 54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61% 줄었다. 실업률은 1930년 7.8%에서 1931년 16.3%, 1933년 25.1%로 급증했다. 캐나다 등 각국이 미국의 조치에 맞서 보복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1929년 월가 주식시장의 폭락이 대공황의 시작이었다면 대공황을 전세계로 파급시킨 것이 바로 이 스무트 홀리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환율을 둘러싼 분쟁이 보호무역주의를 초래할 경우 1930년대 (대공황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 받았다.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환율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세계 각국들이 자국 환율을 낮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요즘 미국에서 중국은 한마디로 '공공의 적'이다. 미 하원은 지난달 중국을 겨냥해 낮은 환율을 통해 이득에 본 국가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을 통과시켰다.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는 선거전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나쁜 나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을 등장시킨 정치광고를 내보낸 후보가 29명에 달한다. 이러한 정치적 제스처는 미 국민들에게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중국 때문이며 자유무역으로 미국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절반 이상이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터무니 없는 '스무트 홀리 법'이 다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의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