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이제는 국가재정 정상화시킬 때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경제위기를 겪으며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수는 급격히 감소하는 데 반해 실업 및 빈곤대책, 그리고 금융구조조정 지원에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작년중에는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보전용 국채가 발행되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상당한 규모의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위기 이전의 GDP 대비 10%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급증하였으며 금융구조조정 채권 등 보증채무를 합할 경우에는 올해말 40%에 달할 전망이다. 위기상황에서의 적자증가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늘어나는 세출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수를 증대시킬 경우 경기위축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적자확대를 한가롭게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적자가 적자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적자가 늘어나면 국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그러면 이자때문에 적자가 늘어나고 다시 국채가 증가하는 모습을 우리는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선진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재정적자의 정치경제학에 있다. 일단 적자가 늘어나면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퍼지고 이익집단이나 정치권의 재정지출 증가요구를 억제하기 어렵게 된다. 3%의 적자나 5%의 적자나 매일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80년대초 이후 예산당국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균형재정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확립한 재정규율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금년초에 중기재정계획을 발표하여2006년까지 균형재정을 회복할 의지를 천명하였다. 그러나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금년 예산을 당초보다 늘림으로써 이러한 의지에 다소나마 손상을 입히고 말았다. 그리고 곧 2차 추경을 통해 조세감면 등의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적자문제에 대한 시각을 가다듬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판단된다. 재정규율이 무너지고 적자가 적자를 낳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이전에 적자감축기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어 세수도 늘어나고 실업 및 빈곤대책에 대한 지출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자율의 하락 역시 국채이자 부담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부가 향후 세출증가율을 4%선에서 묶어둘 수 있다면 2002년경에는 균형재정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6%보다 다소 낮으나 경제에는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경기상승은 최소한 2∼3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과거 80년대초에도 대규모의 긴축을 단행한 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던 경험이 있다. 성공적인 균형회복을 위해서는 세입확대보다 세출축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세출축소에 초점을 맞춘 경우에 재정 긴축의 성공확률이 더 높았다. 세입확대는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규율의 확립을 저해하여 재정적자 감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또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과 관련한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입확대는 그 자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세출축소의 여지는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궁극적인 수혜자가 누군지 도 불분명한 각종 지원사업은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가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추진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사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는 것이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 규제완화나 대외개방과 같은 제도의 정비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일이다. 경기회복에 편승하여 구조개혁의 고삐를 늦출 경우, 남미처럼 유사한 경제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며, 국가채무가 계속 증가하여 영원히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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