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곡물 수출 중단 '일파만파'

이집트 거센 반발 무역마찰 조짐<br> 인접국 수출 동결 동참 가능성도<br>가축사료값 올라 육류값도 '꿈틀'

세계 3위의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지난 5일 밀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올해 말까지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장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러시아에 강력 반발, 무역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인접국인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도 곡물수출 동결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최근 곡물가격 급등을 주도하는 밀 외에 보리, 옥수수 등 가축사료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닭과 돼지 등 소비량이 많은 육류의 가격에도 상승압박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이집트가 이날 러시아 정부에 서한을 보내 곡물수출 중단조치 이전에 체결한 무역계약에 대해 예정대로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는 러시아의 곡물수출 중단 조치로 최대 7억 달러 이상의 추가적인 예산부담이 예상된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두 나라가 이 문제를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집트는 지난 6월까지 1년간 밀 수입량의 절반 정도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오는 10월1일을 기준으로 곡물 작황 및 파종 실태를 다시 파악한 뒤에 수출중단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현재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에도 곡물수출 중단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출중단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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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경우 수출 중단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시장 트레이더들은 하지만"우크라이나 정부가 수출관세 부과 등으로 수출을 우회적으로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 2008년에도 인도,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 동결을 선언한 탓에 당시 애그플레이션의 정도가 더욱 악화된 적이 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데다 국가 간 새로운 무역분쟁을 촉발할 우려도 낳고 있다.

사료용 곡물의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가격의 상승우려가 고조되는 등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축 사료용 보리의 가격이 최근 6주간 2배 넘게 올랐다"며 "이에 따라 돼지 및 가금류(닭, 오리 등)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또한 "양조에 사용되는 맥아 보리의 가격도 오르면서 맥주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곡물시장에서 사료용 보리는 지난 6월 중순 톤당 90유로에서 8월 초 현재 톤당 210유로로 폭등했다. 대표적인 가축사료인 옥수수도 지난 6월 이후 가격이 24% 급등,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육류가격의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FT는 "아직은 육류 가격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가축산업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앞으로 수개월 간 육류 가격이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관련업계는 가격 상승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유럽가금류산업협회는 "사료 가격이 (가축) 생산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산비용의 상승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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