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9일 서울 상암동 상암MDS에서 열린 뉴스 전문 케이블TV ‘YTN’ 합동토론회에 참석,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손을 모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박ㆍ원희룡ㆍ박근혜ㆍ홍준표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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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경선주자인 이명박ㆍ박근혜 후보가 9일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시장재직시절 SH공사 부채 조작 의혹 및 박 후보의 2002년 탈당 전력 등을 두고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유력 두 후보와 홍준표, 원희룡 후보 등 경선주자 4인은 이날 서울 상암동 YTN DMB스튜디오에서 2차 방송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격인 한반도 운하 구상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의 검토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선제 공격에 나서는 한편 박 후보의 2002년 탈당 전력을 도마에 올렸다.
반면 박 후보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부채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운하 구상 등에 대한 발언 번복 등을 적극 공략했다.
◇SH공사 공방= 박 후보는 “(이 후보가)서울시장 때 부채를 3조원 줄였고 집권하면 정부 예산도 20조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시장 재임기간 중 SH공사 부채 2조원 등 서울시 부채가 5조5,000억원이 늘었다”며 “지도자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도 이에 대해 거친 표현으로 응수했다. 그는 “(박 후보가) 기업 경영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SH공사는 정부 기금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나지만, 임대주택을 지어 자산이 늘어나는 곳”이라며 “회계처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기업하는 분이나 예산을 다뤄본 분들은 잘 안다”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다소 감정이 상한 듯 “무조건 ‘박 후보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해 유감스럽다. 부채 줄이기가 결국 기업으로 치면 분식 회계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재차 “분식 회계란 말은 자치단체에 적용될 수 없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한반도 운하 구상 설전= 이날 토론에서도 역시 이 후보의 한반도 운하 구상에 대한 후보간 공방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지난 6월 토론 때 ‘(운하계획이)아버지 시절 검토했다가 폐기했다’고 말했는데, 77년 운하 건설을 검토하라고 건설부에 지시했으며 여기에 그 검토보고서도 있다”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박 후보는 “당시 총리를 지낸 분에게 직접 들은 얘기를 한 것”이라면서 “(보고서에 대해서는)확인해보겠다”고 넘겼다. 박 후보는 그러나 운하구상에 대해 즉각 공격에 나섰다. 그는 “대운하 공약을 10년 동안 준비했다고 했는데 식수원 대책이나 준설 깊이 등이 발언이 계속 오락가락한다.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모든 국가 프로젝트가 집행 될 때까지 설계변경이 많이 이뤄진다.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맞받고 “정부 예산 사용이 아닌 민자사업이어서 끝까지 한다 안한다 말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 최대 공약인데 운하가 될지 안될지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2002년 탈당 공방=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지난 2002년 탈당 전력을 적극 공략했다. 이 후보는 “그 해 2월 한나라당 부총재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탈당했으며 이후 한나라당과 1년 가까이 대결했다”며 “박 후보가 당시 탈당하지 않았으면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 박 후보의 미래연합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지 않자 연말에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왔다”고도 했다.
박 후보는 “미래연합이 한 달 정도 준비해서 후보를 몇 군데 내지도 못해 한나라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돌아온 뒤에는 누구보다도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명박ㆍ박근혜 후보는 경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반영하듯 직설적인 설전도 불사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는 항상 사실과 다른 걸 전제로 묻기 때문에 답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전 세계가 나를 (뛰어난) CEO로 인정하는데 박 후보 한 사람만 인정 안 하는 것 같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박 후보도 “(이 후보가) 거의 습관적으로 ‘박 후보가 안 해봐서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