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증시와 따로놀기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참가자들은 간밤에 열린 미국 주식시장의 상황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난 1년을 기준으로 한국 종합주가지수와 미국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0.75를 기록하고 있다. 즉 100일을 기준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이 75일 이상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한국 종합주가지수의 상관계수는 무려 0.84를 기록해 한국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분석은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동조화는 세계화에 자동적으로 딸려오는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폐렴에 걸리는` 과민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이후 나타난 한국 주식시장의 투매는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증시는 전 저점을 하회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정작 미국 주식시장은 이틀 째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동조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혼자서 그림자를 보고 춤을 춘 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조화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최근에는 미국 주식시장과의 동조화가 문제가 되었지만,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일본 주식시장과의 동조화가 최대의 현안으로 작용했었다. 두 나라의 통화가 다른 관계로 달러화로 환산해서 일본과 한국의 주가지수를 비교하면, 주가의 절대수준은 차이가 있지만 주식시장의 주기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ㆍ철강ㆍ조선ㆍ반도체ㆍ영상기기ㆍ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주요 산업에서 한국과 일본 경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산업은 또한 매우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두 나라의 주식시장은 동조화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대거 개방되고 환율이 평가절하되면서 한국경제는 일본보다는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됐다. 그러면 언제쯤 우리는 동조화의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시장 일변도의 경제구조가 변하면 된다. 이미 지난해말 미국경제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예상 밖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을 중국에서 만회하려는 적극적인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미국경제의 위상은 강대하며, 한국 거래소 시장 주식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가 철저히 미국 나스닥 시장에 연동되는 만큼 하루 아침에 동조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미국의 경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해 나간다면, 미국 주식시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을 외치는 시기가 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윤태순 한화투신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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