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년여만에 1,000선을 돌파한 현재 한국 증시는 양과 질 면에서 과거 1,000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성장 시대가 지나 경제 성장률은 부진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기업들은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떠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비중도 43%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의 상승은 외국인 없인 불가능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증시의 버팀목은 외국인이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초저금리 속에서 유동성이 크게 보강돼 수급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못한 시중 자금이 증시로 흐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적립식펀드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투자문화도 '투기'에서 '정석 투자'로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증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넘어 사상최대 행진을 하고 있지만 경쟁국이나 선진국 증시에 비해서는 여전히 초라하다.
◆ 시가총액 512조원
28일 현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469조4천억원, 코스닥시장 42조8천억원 등 모두 512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서만 100조원이 늘었다.
과거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을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커졌다. 1989년 4월 사상 처음으로 지수가 1,000을 돌파했을 때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95조5천억원, 94년 11월 1,000 돌파때는 151조2천억원에 불과했고 1999년세번째로 1,000선을 넘었을 때는 349조5천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연말 기준 과거 시가총액은 1998년 137조7천985억원으로 사상첫 100조선을 넘은뒤 1999년 349조5천40억원까지 급증했다가 크게 후퇴해 2000년 188조415억원, 2001년 255조8천501억원, 2002년 258조6천808억원 등으로 정체 상태였다.
하지만 2003년 355조3천626억원으로 다시 300조원을 돌파한후 2004년 412조5천881억원으로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외국인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현재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과거 1,000포인트에 달했던 1994년의 10.2%나 1999년의 21.9%에 비해 현저하게 확대됐다.
거래량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1994년 1,000선을 돌파한 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천690만주와 7천760억원, 1999년엔 2억7천860만주와 3조4천816억6천만원이었다. 이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5억2천600만주와 3조6천억원이었다.
증시 유동성도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 지난 23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10조7천564억원으로 1989년 고점때의 2조7천290억원, 1994년의 3조6천936억원, 1999년의 8조4천516억원에 비해 훨씬 많다.
◆ 아직 갈길 멀어
하지만 한국 증시의 모습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 시장과 비교할 때 여전히 초라하다.
코스닥시장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달러 기준으로 4천600억달러로대만(4천430억달러)이나 남아프리카증시(4천420억달러)보다 약간 많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나 주요 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저평가된 수준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12조3천892억달러, 도쿄증시의 3조5천261억달러, 런던증시의 2조7천884억달러는 물론 홍콩증시의 8천393억달러, 호주증시의 7천204억달러에도 크게 못미친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증시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훌쩍 넘고 있지만 한국은 65.1%에 불과하다. 시장의 자본화율이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얘기다.
세계적 대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가 현재 어느 수준에 있는지 더확연하다. 지난 24일 현재 미국의 대표기업인 액손모빌의 시가총액은 3천943억달러,제너럴일렉트릭은 3천758억달러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1천399억달러, NTT도코모는 841억달러, 일본전신전화는 685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1, 2, 3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42억달러, 포스코는 181억달러, 한국전력은 175억달러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익력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한국이 8.1배로 미국의 16.3배, 일본의 16.1배, 영국의 17.2배, 대만의 12.3배에 비해현저히 낮다. 이는 그만큼 해외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력이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대만은 능가하고 있다"면서 "주가의 할인 이유로 북핵문제가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PER가 11-12배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