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뒤틀린 애정·집착 통해 인간의 악마성 그렸죠

■ 영화 '화이' 장준환 감독<br>5인조 범죄단에 납치돼 길러진 소년 '화이' 핏빛 성장기 담아

관객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2003년 장준환(43·사진) 감독의 데뷔작'지구를 지켜라'는 충무로'천재 감독'탄생을 점친 한 편의 수작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장편 상업 영화 활동은 순조롭지 못했다. 방귀로 악에 맞선다는 슈퍼히어로 이야기'파트맨'과'타자2'등을 준비했지만 열매를 맺진 못했다. 돌아보니 10년. 모처럼 내놓은 신작'화이'(9일 개봉)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만큼 한껏 날이 서 있다.

영화는 잔혹한 5인조 범죄단에 납치돼 길러진 소년 화이(여진구)의 핏빛 성장기다. 처참한 범죄현장에서 아빠 또는 아버지라 불렸던 다섯 남자와 소년 화이 사이의 비밀이 풀리면서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 감독을 만났다. 그는 "아빠 혹은 아버지로 불리는 다섯 남자의 사회적 결핍이 화이에 대한 뒤틀린 애정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집착,악마성을 담았다"고 했다.

"원작 시나리오 자체가 이미 속도감이 있고 장르적 쾌감이 살아있었죠. 제가 각색하며 고민했던 점은 다섯 남자 중 화이가 유일하게 아버지라 부르는 석태(김윤석)가 왜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화이에게 괴물이 되라며 자기 복제를 강요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피 튀기는 잔혹함, 강한 어둠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지만 "단순히 자극만을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다"는 게 장 감독의 변(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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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괴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다 좋은 사람인데 뭘'이라고 넘기다가 어느 순간 그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면 엄청난 갈등과 폭력으로 점철되는 것 같습니다.'화이'를 통해 꺼내 보기 싫고 마주하기 싫었던 악과 마주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SF(공상과학)라는 장르 안에 신학, 사회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았던 전작 '지구를 지켜라'처럼'화이'역시'잔혹 스릴러'라는 외피 안에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악마성 등 깊이 있는 주제를 녹였다. 김윤석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호연은 장 감독의 연출력과 제대로 합을 빚어 공력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누구보다 에너지를 뿜는 이는 열 여섯 살의 여진구다. 드라마'해를 품은 달'을 통해 일찍이 연기 재목으로 호평 받은 그는'화이'에서도 다섯 명의 괴물을 단숨에 삼켜버릴 듯한 흡인력을 선보인다.

"소년 화이가 가진 캐릭터는 맑고 순수한 듯 하면서 차가운 느낌이 서려있는 완전체 느낌도 있어야 했습니다. 진구 군은 오디션을 통해 알게 됐죠. 화이는 기교나 장식으로 뒤덮어 만들 수 없는 역할인데, 진구 군은 틀에 박힌 듯한 연기 패턴도 없었고 연기를 접근하는 태도나 방식이 여타 아역 배우와는 남달랐습니다. 영화가 워낙 강하다 보니 연기 자체를 떠나 이 배역이 배우에게 미치는 정신적 영향이 더 걱정이었습니다. 아내(문소리)가 배우이다 보니 마음을 쓰는 직업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죠. 영화 촬영 마치고 정신과 진단도 받았는데, 다행히 진구 군이 건강하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웃음)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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