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톱니바퀴에 자갈 뿌려서야

윤창현 명지대 교수·무역학과

[시론] 톱니바퀴에 자갈 뿌려서야 윤창현 명지대 교수·무역학과 윤창현 명지대 교수·무역학과 국가가 경제행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할 때 고려해야 할 원칙이 두 가지 있다. 바로 형평성과 효율성이다. 이 두개의 원칙은 대부분 충돌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모든 경제주체가 다 똑같이 일정한 액수를 내는 인두세(lump sum tax)는 경제활동에 아무런 왜곡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세금으로 꼽힌다. 하지만 납세자의 급부(給付)능력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불평등하다고 지적된다. 반대로 형평성이 담보되는 세금은 강력한 누진세일 것이나 가장 심한 경제행위의 왜곡을 가져온다. 왜곡이 심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공급주의 경제학자들은 누진세를 사회악이라고까지 규정한다. 이처럼 과세행위는 필연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형평성의 원칙과 ‘경제행위에 대한 왜곡 최소화’라는 효율성의 원칙이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두 원칙을 동시에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최근 파생상품 차익에 대한 과세방침을 담은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문제는 이 개정안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파생상품의 균형가격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선물이나 옵션의 균형가격은 현물시장과 연계해 차익거래를 시도할 경우 초과이윤이 영(0)이 되는 수준에서 결정이 된다. 그런데 개정안은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비과세가 되는 상태에서 파생상품거래 차익에만 과세를 하도록 함으로써 양 시장간의 무위험차익거래 전략의 구성을 불가능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선물이나 옵션의 균형가격 수준이 결정될 수 없게 되는 황당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난 2003년 KOSPI200 주가지수 옵션의 거래량이 연간 28억3,000만계약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러한 과열을 방지하는 의미에서의 조세도입 타당성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물 및 옵션거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감소하면서 함께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거래를 줄이는 것이 직접적인 목적은 아닐지라도 만일 성급하게 조세를 부과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거래량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가 있다. 톱니바퀴가 너무 잘 돌아서 모래를 뿌리면 톱니바퀴가 도는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속도를 줄이겠다고 자갈을 뿌린다면 톱니바퀴가 휘어져버려 아예 돌아가지 않거나 반대로 돌아가는 결과를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의 파생상품 과세 논의는 바로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것이 아닌 자갈을 뿌리는 성격이 강하다. 이외에도 파생상품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데 따른 문제와 선물시장이 위축될 경우 현물시장까지 위축시키는 음의 피드백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또 주가지수선물시장에 비해 아직 덜 성숙된 채권선물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나아가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탈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익거래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고 거래량 감소추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이러한 과세행위는 마땅히 자제해야 옳다. 따라서 시장상황을 고려하다가 현물주식거래의 양도차익 과세시점을 정한 후 양 시장에 대해 동일한 세율로 동시에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면서 국가재정이 적자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세원발굴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나 파생상품에 대한 조세부과는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도 시기상조이다. 향후 추이를 보며 언제든지 조섯?부과할 수 있는 대상을 하나 남겨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면에서 정책당국은 이번 조치를 일단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입력시간 : 2004-11-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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