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30일] 경제의 신진대사를 높여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절정기를 누렸던 지난 1998년 빌 게이츠 MS 사장은 제일 걱정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했다. 오라클이나 애플 같은 경쟁회사 대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무엇인가를 주차장에서 만드는 사람"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또 MS는 도산으로부터 겨우 18개월 떨어져 있을 뿐이라는 말도 했다. 바로 그해 스탠퍼드대 기숙사에서 구글이 탄생했다. 지금 MS는 이 회사 때문에 기존 사업모델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있다. 구글 또한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시작된 페이스북, 무서운 성장을 보이는 트위터의 검색 기능에 불안해 하고 있다. 한때 미국 주식회사를 대표하던 제너럴 일렉트릭(GE), 제너럴 모터스(GM) 등을 몰아내고 젊은이들이 만든 새로운 거인들이 미국 경제의 정점에 서있다. 미국 산업의 왕성한 신진대사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사의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넘어섰으며 전체 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0%에 이른다. 경제력 집중 현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ㆍ문화ㆍ자연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은 이런 현상을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에 근거해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 부르고 있다. 흔히 소수 재벌의 경제지배를 한국 경제의 병폐로 들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스타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 경제는 강한 기업을 출산하고 선두기업으로 육성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10대 그룹의 명단에는 반세기 이상 지루할 정도로 똑같은 이름이 머물러 있다. 대학 졸업장을 쥐고도 일자리가 없어 일본으로 밀항하고 독일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를 생각하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계의 선배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존경스러운 재계의 거목이라도 경제의 신진대사를 높여 교체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큰 실수 한번이면 순위에서 탈락되는 것은 물론 망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선두그룹이 느끼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진세력이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선두그룹의 성에 포탄을 비 오듯 쏟아붓게 해 경제에 긴장감을 가져오게 해야 한다. 경제의 신진대사를 장려해주는 제도보완은 수출확대를 통한 국부증대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 살리기 대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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