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부 이어 금감원 출신 잇단 금융권 진출

금융시장 낙후·관료화 우려<br>재경부-기관장·실무이사, 금감원-감사·검사역 많아

재정경제부 출신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로 ‘모피아’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데 이어 최근 들어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금융권에 자리를 만들고 있다. 재경부 출신은 기관장 또는 실무이사 자리를, 금감원 출신은 감사 또는 검사역에 진출하는 양상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부 사람들이 금융권에 자리를 만드는 회전문(revolving door)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낙하산 인사는 금융시장의 낙후성을 가중시키고 관료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취임한 정병태 비씨카드 사장은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쳐 재경부 산업관세과장ㆍ재산세제과장ㆍ물가정책과장을 역임한 바 있다. 회원은행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이 있기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정 사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씨카드는 지난 82년 창립한 후 재경부 출신들이 사장 자리를 독식해왔다”며 “이번에는 후보추천위원회까지 구성하고 후보를 공모했으나 재경부의 입김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문창모 전 재경부 관리관을 신임 감사로 임명했으며 수출입은행은 신일성 전 감사 후임으로 재경부 출신이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경우 재경부가 대주주여서 행장ㆍ감사를 지속적으로 임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활발하다. 외국계 은행들마저 금융당국과 교감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을 받아들이는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제일은행과 SCB 서울지점의 통합기관 사외이사에 오갑수 전 금감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이번 영입은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금융감독당국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금융권은 풀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정재삼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민원처리실장을 임원급인 검사본부장으로 영입했으며 하나은행은 99년부터 2년간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 등을 역임하고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서근우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전략담당 부행장으로 임명했다. 한국씨티은행과 대구은행도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이길영 전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과 허병준 전 금감원 감독관을 상근감사로 각각 선임했다. 또 외환은행이 지난달 최명희 전 금감원 국제협력실장을 감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증권업계에는 감사의 대부분이 금감원 출신이고 증권선물거래소 간부 상당수도 재경부나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선임 과정에서 모피아 출신 논란이 빚어졌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에 기획원 출신의 이영탁씨가 갔고 이용희 상임감사도 기획원 출신이다. 또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이 재무부, 박상조 거래소 코스닥본부장보가 재경부, 이영호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은 금감원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경부 출신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와 금감원 국장급만 되도 은행 감사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해묵은 구태는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며 “고위관료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인사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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