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는 기업 단위의 상생자본주의입니다. 주주ㆍ근로자ㆍ소비자ㆍ지역주민 사이에 이익 균형이 실현되는데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온 신경을 쓰는 단순한 주주자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밝힌 만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주주중심 자본주의로 양극화 심화
최근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경제민주화란 개념은 교과서에는 없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경제계 인사, 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재벌개혁,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 시장에서의 공정경쟁, 양극화 해소 등 각양각색이다. 또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이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분명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정치민주화의 개념은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자"는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구호가 말해주듯이 국민들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민주화도 비슷한 맥락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개념 정리가 쉬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과거 관치경제에서 신자유주의 영향을 받은 주주중심 자본주의 제도로 전환했다. 주주중심 자본주의는 주주 대표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제도를 말하며 당연히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제도는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그동안 대기업의 성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성과가 사회에 확산되지 않고 양극화 심화에 일조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업들이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생산활동에는 주주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좁게는 근로자를 비롯해 넓게는 하청업체, 대출 금융기관, 소비자까지 모두 기업의 생산활동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 이해당사자 의사결정 참여해야
일부에서는 근로자는 노동시장에서, 하청업체는 하청거래 과정에서, 대출 금융기관은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끝나고 주주를 대표하는 경영자가 소유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같은 논리로 보면 주주들도 주식시장에서 배당금으로 보상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이러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자본주의를 '함께 하는 자본주의(cooperative capitalism)'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세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이념투쟁으로 점철됐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자본주의는 기업 생산에 기여하는 생산요소 중 자본만을 인정하고 그 대척점에 선 공산주의는 노동만을 인정함으로써 두 제도 모두 외눈박이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상은 자본과 노동, 그리고 다른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기업의 생산활동에 기여한다고 볼 때 이해당사자 모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함께 하는 자본주의'를 이룰 때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가 달성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