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추첨 기계 '할로겐' 속을 어지럽게 굴러다니는 45개의 공이 아이들에게는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꿈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78g의 고무공을 통해 인생 대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로또 추첨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공정성을 위해 경찰이 입회하는 것은 물론 45개의 공 모두 정확하게 같은 크기와 무게를 가진 것을 사용한다. 그런데 만약 공의 크기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무작위 선택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뽑히는 번호'가 드러나 버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잘 뽑히는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이 분리되는 현상을 '브라질 땅콩 효과'라고 한다. 브라질 땅콩 효과는 크기가 다른 여러 종류의 땅콩이 들어있는 캔을 뜯어보면 항상 크기가 큰 브라질 땅콩이 위로 올라와 있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브라질 땅콩 효과는 알갱이 물질(granular material)로 이루어진 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 병 속에 모래를 넣고 흔들거나 시멘트나 분유 수송차량의 흔들림에 의해 알갱이들이 스스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알갱이계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재미있는 현상은 알갱이계가 '자기 조직화된 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 SOC)'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자기 조직화된 임계성은 1966년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퍼 백(Per Bak)이 모래더미를 연구하면서 알려졌다. 모래 알갱이를 평면에 천천히 떨어트리면 모래 알갱이는 일정한 기울기를 가질 때 까지 계속 쌓이다가 이 기울기가 더 급해지면 무너져 항상 일정한 기울기를 가지게 된다. 이때 모래더미와 같이 모래 알갱이에는 없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현상을 자기조직화라고 한다. 또 임계상태는 과도한 민감 상태 또는 질서와 무질서의 불안정한 균형상태를 말하는데 모래 더미가 일정한 각도 이상이 되면 모래 한 알에 의해서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임계상태이기 때문이다. 자기 조직화된 임계성은 지진이나 산불, 주가 대폭락과 같은 재앙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지진 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진을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지진의 경우에도 지층에 가해진 스트레스(횡압력이나 장력)에 의해 큰 지진이 일어날 지, 작은 지진이 일어날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모래 더미 실험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때문에 지진 예보는 어려운 것이다. 스키장에서 눈사태를 막기 위해 작은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도 자기 조직화된 임계성을 이용한 것으로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눈이 쌓여 임계상태에 도달하면 작은 충격이 거대한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작은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이다. 1988년 미국 중서부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넉 달 동안 꺼지지 않고 150만 에이커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면적을 재로 만들어버린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었다. 놀라운 것은 산불이 번지는데도 미국 정부가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소한 산불까지 초기에 진화해 버리면 오히려 대형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