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베어스턴스 몰락의 재구성

위기설에 4일새 180억弗 빠져나가자 '백기'



3월 10일 - 신용등급 강등·채권 만기연장 불발등 '비상등'
3월 13일 - 잔고 59억弗… 슈워츠 CEO, JP모건에 'SOS'
3월 14일 - 구제금융 불구 주가 47% 폭락하자 매각 결정
3월 16일 - 폴슨 "주당 4弗은 모럴해저드"…2弗에 '사인'
오는 22일로 미국 5대 투자 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몰락한 지 100일이 된다. 85년 역사의 베어스턴스 붕괴는 적신호가 켜진 후 단 5일만 몰락했다. 베어스턴스 붕괴는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월가의 속성과 위기시 냉혹한 미국 관치 금융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상대방(카운트파트너)을 믿지 못하는 시장 붕괴와 루머가 베어스턴스를 침몰시겼다”고 분석했다. 미국언론들이 최근 밝힌 베어스턴스 몰락과정을 재구성한다. “뭐라고요. JP모건에 팔아야 한다고요” 지난 3월 14일 저녁 1주일 만에 커네티컷주 그린위치의 집으로 향하던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CEO(최고경영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전화를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구제금융을 주기로 해 한숨을 돌렸던 그에게는 폴슨 장관의 지시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곧이어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총재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틀 뒤인 16일 밤 JP모건은 베어스턴스를 시장가격의 10%에도 못 미치는 주당 2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월들어 뉴욕 월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공포에 휩싸인 금융시장은 바야흐로 신용 위기의 희생양 찾기에 몰두했다. 모기지 채권 투자비중이 높았던 베어스턴스가 표적으로 떠올랐다. ◇3월 10일= 월요일 아침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주택저당유동화증권(MBS)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네델란드계 라보뱅크그룹도 다음주 만기가 돌아오는 20억 달러어치의 채권에 대해서도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 소식은 월가에 삽시간에 퍼졌다. 베어스턴스의 채권을 받아주는 헤지펀드는 한곳도 없었다. 파생 상품인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은 폭등했다. 플로리다 팜비치에 머물던 슈워츠는 긴급 상황보고를 받고 뭔가 심상치 않은 사태임을 직감했다. 오후 베어스턴스는 CEO 명의로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에 나섰으나 월가를 진정시키기는데 실패했다. ◇3월 11일= 이른 아침 ING가 5억 달러를 인출했다. 오후에는 아다지 캐피털매니지먼트가 5억 달러의 빼내가는 등 펀드런이 본격화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은 오후에 모든 금융거래는 신용관리책임자의 승인을 받도록 전세계 지점에 긴급 회람을 돌렸다. 이 지시는 월가의 모든 트레이더는 베어스턴스와 거래를 하지 말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골드만삭스등 투자은행에는 베어스턴스와 거래를 끊어라는 고개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3월 12일= 슈워츠는 이날 후 늦게 뉴욕 맨해튼 본사로 돌아와 긴급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으나 뾰쪽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3월 13일= 이른 아침 슈워츠는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FRB 총재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상황을 보고했지만,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은 끝내 하지 못했다. 12시30분 베어스턴스 본사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경영진 정례 회의에서는 모두가 슈워츠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새뮤얼 몰리나로 CFO는 헤지펀드 DE 쇼가 오전에 50억 달러를 인출했다고 보고하자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오후에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50억 달러를 빼내갔다. 베어스턴스는 단 4일만에 183억 달러의 자금을 소진했다. 남은 돈은 59억 달러. 씨티그룹에 갚아야 할 24억 달러어치 채권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보유 현찰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CFO는 머리를 쥐어 뜯었고, 슈워츠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 슈워츠 CEO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맨해튼의 이태리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다이먼은 “시간이 없다”는 슈워츠의 다급한 목소리에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곧이어 베어스턴스 본사에 JP모건 재무 실사팀과 뉴욕 연준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JP모건 실사팀은 장부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고 파악한 것이다. 실사팀은 14일 새벽 FRB의 구제금융 외 다른 방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명의 14일= 오전 5시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FRB의장, 티모시 가이스너 FRB 총재가 긴급 전화회의를 열었다. 1시간 여 걸친 격론 끝에 도달한 결론은 구제금융 제공. 뉴욕 증시가 개장하기 30분 전 FRB가 JP모건을 통한 우회자금 지원 방침을 전격 발표하자 베어스턴스 경영진은 한숨을 돌렸다. 자구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구제금융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증시는 폭락했다. 루머가 확인되면서 제2,제3의 베어스턴스가 나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시장을 덮쳤다. 베어스턴스 주가는 47% 폭락했다. 퇴근길의 슈워츠가 폴슨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슈워츠는 “아시아 시장이 개장하는 일요일 저녁까지 JP모건에 회사를 팔라”는 폴슨의 주문에 귀를 의심했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사형선고는 이렇듯 미 금융당국이 직접 결정했다. ◇3월 15일= 토요일 오전부터 JP모건과 베어스턴스는 매각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JP모건은 시장가격(주당 28달러)보다 아래인 주당 8~12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가격을 후려쳤고,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3월 16일= 오전에 JP모건은 인수가격을 공란으로 비워둔 채 74쪽 분량의 인수합의문 초안을 베어스턴스에 보냈다. 그러나 오후들어 JP모건은 주당 4달러로 뚝 잘랐다. 베어스턴스 경영진은 격분했다. 그러나 시간은 베어스턴스에 불리했다. 그 무렵 폴슨 장관은 다이먼 JP모건 회장에 전화를 걸었다 다이먼이 “주당 4~5달러에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폴슨은 “그건 모럴 해저드다. 가격을 더 낮추라”고 주문했다. 베어스턴스는 다른 방안이 없었다.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슈워츠의 설득에 이사회는 오후 6시 30분 주당 2달러의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승인했다. (인수 가격은 나중에 JP모건이 베어스턴스 주주들의 반발을 받아들여 주당 10달러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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