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상당수 뉴타운·재개발 사업지연·좌초 위기에

대법 "조합원 백지 동의서 무효"

재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조합원의 이름과 도장만 찍힌 동의서를 받은 뒤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기재하는 이른바 '백지 동의서'가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백지 동의서가 사실상 대부분의 재개발사업에서 관행처럼 이뤄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현재 추진중인 전국의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6구역 재개발정비조합원 이모(64씨 등 75명이 해운대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씨 등은 "조합 설립인가 신청 전 조합원들이 서명, 날인한 동의서에는 건축물 설계 개요, 철거 및 신축비용 개요 등 법정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이 같은 동의서를 근거로 한 설립인가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서면 동의서에 필요 기재사항이 빠진 조합원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지적한 뒤 조합설립 인가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서에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돼 있는지, 동의서 인영과 인감증명서 인영이 동일한 것인지를 심사해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동의서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돼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구역은 무려 614곳이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1,000여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개발사업의 첫 단추인 조합설립 인가 자체가 무효가 되면 사업계획 승인이나 관리처분 단계의 구역은 다시 처음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 해당 구역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사업성 악화로 이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지 동의서는 사실상 모든 뉴타운ㆍ재개발사업에서 예외 없는 관행"이라며 "가뜩이나 갈등이 많은 재개발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수 구역이 유사 소송으로 좌초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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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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