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북관계 이젠 서민들의 문제다

북한 아리랑 공연 관람,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 등으로 한국사회는 지금 때 아닌 ‘북풍(北風)’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김운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거취 문제로 불거진 잡음은 금강산 관광객 제한, 면회소 설치 지연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과거 남북문제는 정치인들이나 군인 등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직접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고 남북간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이제는 남북관계가 서민들의 생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 현지 자영업 현황 취재를 위해 지난 12일부터 3일간 북한 금강산을 방문했던 기자는 현장의 분위기를 통해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단풍이 절정에 달한 풍악산은 빼어난 미색으로 관광객들의 연이은 탄성을 자아냈지만 현지 음식점과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남측 서민들과 종업원으로 일하는 중국 조선족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북한 측이 금강산 하루 관광객 수를 600명으로 제한해 최대 성수기인 가을 단풍철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숫자가 예년의 3분의1 정도로 줄었기 때문. 금강산은 하루하루 한정된 관광객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관광객 숫자에 좌우된다. 따라서 관광객이 줄어들면 현지 자영업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금강산 드림’을 꿈꾸며 고향에 가족을 두고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고용도 불안정해진다. 금강산 관광 초창기 시절부터 매점을 운영해왔다는 한 자영업자 부부는 “홍수ㆍ폭설 등 기상상태와 급변하는 남북관계 때문에 정상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에 4~5개월에 불과하다”며 “민족사업을 한다는 신념을 갖고 각종 불편을 감내하고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현지에서 만난 50대의 한 조선족 버스기사는 “여기서 일했던 2년 동안 중국 고향에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을 마련해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관광객 제한이 지속되면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 불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북관계의 ‘소비자’는 이제 특정한 사람들이 아닌 일반 서민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현상은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단절됐던 남북의 경제적ㆍ문화적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그 최전선에 있는 서민들의 생계가 유지돼야 ‘풀뿌리 통일사업’이 지속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을 향한 한줄기 희망을 피워내고 있는 금강산을 비롯한 개성 등의 사업자와 종업원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제 소모적인 이념논쟁은 그만두고 합리적인 결론 도출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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