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통업계 ‘청개구리 논리’

“지금은 요금을 내리는 대신 투자를 늘릴 때다” 번호이동성 제도를 둘러싸고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김창곤 신임 차관이 16일 브리핑룸에 들러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통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요금을 내리면 당장 소비자에게 작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투자를 늘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겉돌고 있는 WCDMA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란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확신도 없는 사업에 무조건 투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투자 확대 여부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문제인데 정통부가 자꾸 압박을 가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통부와 사업자 모두 논리적으로는 비난하기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투자와 요금 인하에 대한 이통사들의 입장 변화다. 시민단체 등의 요금인하 압력이 거세던 지난해초 이통사들은 정통부와 한 목소리를 냈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나친 요금 인하는 투자여력을 줄이게 된다며 난색을 보였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의 사업여건이 오히려 악화됐으면 됐지 나아질게 없는 지금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액요금제ㆍ약정할인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통한 요금 인하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불가의 논리로 내세웠던 `투자`라는 단어는 지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확대는 고사하고 `투자`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 하는 분위기다. 최근 IR을 통해 신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원칙론은 남발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자사의 구체적 투자금액이 흘러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는게 요즘 통신업계의 현실이다. 수익이 나면 이를 얼마나 적절히 투자와 배당에 분배하느냐는 기업의 영속성과 성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하지만 지금 통신사업자들은 투자와 요금인하(배당)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두환(정보과학부 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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