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총수측근 핵심포진 “불황돌파 승부”/올 30대그룹 임원인사 특징

◎본지분석/신상필벌 엄격적용… 승진·발탁 대폭 줄여/이사나이 젊어져 대부분 45세전후로 교체/국제감각·영업능력·실적탁월 인재 전진배치 두드러져기업들의 정기임원인사는 뜨는 별과 지는 별의 바톤터치이다. 올해 임원교체는 경기하강의 본격화에 대한 기업들의 불황기 대비 태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30대그룹을 포함한 대그룹들의 정기임원인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임원인사는 승진풍년이었던 지난해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단 승진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룹발전에 기여한 인사를 대상으로 매년 늘어나던 발탁인사도 현저히 줄었다. 승진은 총수의 측근등 그 공이 현격한 대상자들에게 한정,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영실적에 대한 신상필벌을 적용, 실적이 뛰어나고 국제감각, 영업능력 등이 돋보이는 젊은 층을 중용하는 대신 원로를 퇴진시킨 것도 큰 특징중의 하나이다. ▷줄어든 승진인사◁ 지난해보다 임원 승진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30대그룹의 승진인사규모가 평균 1백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대그룹인 선경마저 64명에 그치는등 승진숫자가 1백명이상인 기업은 상위 4대그룹에 불과했다. 지난해 3백93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던 현대그룹은 이번 인사에서는 3백76명으로 줄였고 LG도 3백36명에서 2백48명으로 무려 1백명 가까이 줄였다. 또 아직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은 대우그룹도 임원승진을 지난해 3백50명에서 2백56명으로 94명을 줄였다. 반면 삼성그룹은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4백26명을 승진시켜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구조적, 복합적 경기불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신규임원(이사보)은 지난해 2백15명에서 1백64명으로 줄어 내용면에서는 다른 그룹과 유사했다. 이같은 승진숫자의 축소는 무엇보다 수년간의 경기팽창기가 끝나면서 군살빼기를 유도하고 축소인사를 통한 경영진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의 경우 김광호 전자, 이필곤 물산부회장을 미주 및 중국본사 대표이사회장으로 발령하고 대신 윤종룡 일본본사사장, 현명관 비서실장이 자리를 메우는 등 메머드급 사장단교체를 단행했다. 또 황선두 종합화학사장, 임동승 증권사장등 사장단 6명이 일선에서 물러났고 대신 안기훈 코닝, 김헌출 물산, 홍종만 자동차, 유현식 종합화학, 허태학 중앙개발사장, 진대제 전자대표 등이 최일선으로 부상했다. 현대도 이현태 석유화학, 박재면 엔지니어링회장 등 원로 경영인 4명을 퇴진시킨 대신 백효휘 캐피코, 심옥진 엔지니어링 사장을 끌어올렸다. LG도 상황이 비슷했다. LG는 박수환 상사, 이정성 금속, 최영재 화학생활건강, 홍해준 엔지니어링, 최승락 투자신탁사장 등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으며 신승교 건설, 이인호 애드, 박찬민 엔지니어링, 심석주 할부금융사장, 구진회 정유판매사장, 김창수 종합기술원장, 조명재 생활건강CU장겸 대표,최구명 금속CU겸 대표, 이수호 상사CU장겸 대표, 서경석 투자신탁대표 등이 각광받았다. 쌍용의 경우는 가히 매가톤급이다. 지난 12월12일 쌍용은 총 23개계열사중 7개 계열사의 사장을 전면교체했다. 또 우덕창 그룹부회장겸 양회사장을 그룹부회장으로만 발령했으며 이주범 그룹총괄부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총수의 후계체제 가시화◁ 이번 인사에서 후계체제를 가시화한 대표적인 그룹은 롯데. 지난달 26일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호남석유화학 및 코리아세븐 부사장을 그룹부회장으로 두단계 승진, 발령한 것이다. 장남이 일본롯데를, 차남이 한국롯데를 상속할 것이라는 구도에 따라 고령의 신회장이 동빈씨에 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지시했다는 분석이다. 동양그룹의 경우 제과의 이화경 전무가 동사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 부사장은 이양구 선대회장의 차녀다. 5년이내 후계체제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경그룹도 최종현 회장의 차남 최재원 SKC이사대우, 사위인 김준일 대한텔레컴이사대우가 이사로 승진했으며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3남(최종현 회장의 조카)인 최창원 SKI이사대우도 1년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또 지난해 회장을 교체한 두산도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정원씨를 OB맥주이사에서 상무로, 차남인 지원씨와 박회장의 장남인 경원씨를 이사대로로 각각 한단계씩 승진시켰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태광그룹의 이임용 회장이 타개, 처남인 이기화 태광산업사장이 회장직을 승계했고 차남인 이호진 흥국생명 상무가 주력기업인 태광사업과 대한화섬사장으로 올랐다. ▷영업,해외전문가 중용◁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특수분야 전문가 25명과 함께 영업인력 1백55명을 과감하게 승진시켜 영업현장을 강화했다. 또 해외부문에서는 신규임원 23명을 포함, 모두 49명이 승진, 승진율이 36%에 달했다. 현대도 경영능력과 실적을 반영하고 영업력을 증강하기 위해 승진자중 36%를 영업부문에서 선발했으며 대우는 어려운 경영환경속에서 수출이 급증하고 내수에서도 「선전」했던 중공업(56명),(주)대우의 무역부문과 건설부문(각 40명), 자동차(31명), 전자(28명)을 중심으로 승진규모가 컸다. 또 한진도 총 59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승진의 잣대로 국제감각과 신규사업 개발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새로 탄생한 스타들◁ 이번 인사에서 삼성에서는 윤종룡 전자사장, 이학수 비서실장, 허태학 중앙개발사장, 진대제 전자마이크로부문대표들이 각광을 받았다. 윤 사장은 전자,전관, 전기 등 전자계열사를 두루 섭렵, 일찌감치 김광호 부회장의 후임으로 거명돼 왔던 인물이며 이 비서실장은 선대회장때부터 비서실 재무팀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 그룹인사에서 유일하게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단계 점프한 허사장은 경영혁신에 관한한 그룹내 손꼽히는 전문가이며 또 진대표는 64메가D램, 2백56메가D램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이회장으로부터 「그룹의 보배」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LG의 안병욱 텔레콤, 김건 유통이사대우도 상무로 2단계 승진, 눈길을 끌었다. 또 유정준 건설이사대우는 올해 34세의 나이로 LG임원중 최연소로 별을 달았고 고졸출신인 한만진 전자이사대우는 수석부장에 오른지 1년만에 임원이 됐다. 기아의 조성옥 이사대우는 그룹사상 첫 여성임원이라는 점에서, 한나의 한창완 중공업사장은 정인영 명예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임임원의 성향분석◁ ▲평균 나이=이번 인사에서 새로 별을 단 이사대우(이사보, 이사부장)는 고합이 평균 42.3세로 가장 젊다. 이어 한라가 42.9세, 화승 43.8세, 한화 44.1세, 해태44.3세, 현대, LG, 코오롱 45.2세, 대우 45.9세 등이었다. 신임임원의 나이가 가장 많은 그룹은 한진으로 평균 48.5세였다. 따라서 보통 26세때 회사에 입사했다면 빠르면 16.3년에서 늦으면 22.5년만에 별을 단 셈이다. ▲출신지역=조사대상 그룹의 승진인사 2천명중 서울·경기출신이 44.5%인 8백9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부산·대구, 경남·북등 영남출신이 32.5%, 대전, 충남·북이 10.5%이었다. 반면 광주, 전남·북은 9%, 강원은 2.1%에 불과했다. 지난해 서울·경기가 42.1%, 영남이 33.9%, 호남 11.8%, 충청 9.2%였던 것과 비교하면 중부권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출신대학=서울대출신이 지난해 14.8%에 비해 5% 이상 늘어난 20.3%를 차지, 서울대선호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한양대보다 적었던 고려대출신이 9.1%에서 11.4%로 늘어 눈에 띄었다. 전공별로는 지난해 상경계에 이어 두번째였던 이공계가 올해는 47.5%를 차지했으며 상경계는 27.9%로 밀려나 관리보다는 현장이 중시된 인사였음을 그대로 드러냈다.<채수종·문주용·고진갑 정승량·김기성·홍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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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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