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년 기고] 세계경제 봄은 오는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형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몇 년간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이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낙관적인 2014년의 경제전망을 고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양적완화 축소로 본격 회복 낙관 못해


먼저 희망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2014년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는 1% 포인트 내외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측되는 한국경제는 2014년 3% 후반대의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낙관적 전망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경제권의 경기회복이다.

최근 미국경제 동향을 보면 2013년 3·4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등 고용시장과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신호가 가시화되려면 내년 세계경제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하방 리스크를 잘 피해나간다는 전제가 마련돼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동요 가능성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4년 1월부터 현재의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규모를 750억달러로 축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양적완화 축소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의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 국내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며 달러화 강세, 시장금리 상승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초래해 기초체력이 취약한 국가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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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도 하방 리스크 요인 중의 하나이다. 중국경제는 수출과 투자주도의 고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정과 금융의 긴축, 그리고 각 분야에서의 개혁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개혁정책들은 필연적으로 중국경제의 성장세에 굴곡을 가져오고 중국의 산업구조와 수요구조에 불가피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일본도 복병으로 거론된다. 일본 금융시장의 호조세는 아베노믹스가 형성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미국 양적완화 축소는 이러한 기대감을 위축시킬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경제성장을 주도해왔던 거대신흥경제는 2014년 과거와 같은 고성장 경제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재정여력 확보 힘써야

선진국 주도의 세계경제 성장세 회복은 분명 수출 의존적인 한국경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은 금물이다. 게다가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과 소득 불평등도의 확대는 투자수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소비와 수출수요의 증가를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골디락스 시절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구조적 수요부족의 문제는 경제 불황기 지속적인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회복이라는 훈풍으로는 2014년 완연한 경제회복의 봄을 기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혼란과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여력의 확보, 시장접근의 강화,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적극적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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