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체 매출 최악] "저점 멀었다" 비관론 확산

관련기업 투자등급 일제 하향…일각선 "하반기 회복" 낙관도'2001년은 반도체 업계에 사상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인가'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반도체산업에 대한 비관론이 미국 증시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는 물론 통신장비, 이동전화단말기, 중대형 컴퓨터 등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주수요 부문은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심각한 판매부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올들어 낙폭을 더욱 늘리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내로라는 유력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주식의 저점이 아직 멀었다는 비관론을 내 놓아 시장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대세하락 불가피 비관론자들은 '반도체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부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도체시장이 불황에 빠졌던 지난 96년에는 PC판매만 감소했지만 올해는 매출위축이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플래시 메모리, 와이어라인 집적회로 등 거의 모든 제품이 판매부진에다 치열한 가격경쟁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먼브라더스의 댄 나일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조나단 조지프, 프루덴셜증권의 한스 모제스만 등은 9일 일제히 반도체 판매 예상치를 낮추거나 관련기업의 투자등급을 하향시켰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재고누적, 기업설비투자 감소 등 반도체 업계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산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들 소유설비가 중고시장에 대거 풀려나와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나일스는 "통상 반도체산업의 경우 재고소진에 9~12개월이 걸리는데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 판매가 늘어나는데 추가로 6~9개월이 더 소요된다"며 "반도체 경기는 내년 중반기 이후에나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회복되나 미국의 1.5%포인트 금리인하가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올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메릴린치의 미국투자 수석전략가인 크리스틴 캘리스는 최악의 상황은 올 여름이면 종료될 것이라고 점쳤다. 캘리스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정보기술(IT) 제품 구매현황을 보면 IT분야가 일부의 우려만큼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노스스타 그룹에서 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헨리 애셔도 "반도체기업의 경우 주가에 실적악화가 이미 다 반영된 상황"이라며 "인텔 등 유력기업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정거래 가격 못올려 전반적인 침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추진해온 SD램 고정거래가격 인상 협상이 현물시장가격의 약세전환으로 어려움을 겪어 소폭 인상 또는 현상유지에 그쳤다. 두 회사는 지난달말 128메가 SD램 현물시장 가격이 5달러 중반대로 급등하자 주요 고정거래처인 PC업체 등과 공급가격 인상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나 이 달 들어 현물가격이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기대만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1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4.7~5달러인 고정거래 가격을 5달러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거래업체들에 제시하고 협상을 벌였으나 공급가격이 타업체에 비해 비교적 낮았던 일부 업체들의 거래가를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현상유지를 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에 대한 인상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약 5% 가량의 가격인상 효과가 기대된다"며 "앞으로 몇달간 가격인상을 기대할 요인이 없을 것으로 보여 현재 가격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PC시장 회복이 관건 지난달말 북미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SD램 PC133과 PC100은 개당 5.5~5.7달러까지 가격이 급등한 뒤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4.9~5.2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이 수준에서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D램 업체들의 원가 이하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어 가격이 소폭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상반기중에 64메가 3.5달러, 128메가는 7달러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PC시장의 회복 여부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지적했다. 최근 인텔과 AMD가 경쟁적으로 CPU 가격을 인하하고 저가 PC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PC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1,000달러 이하의 저가 PC의 판매가 회복돼야 반도체 가격의 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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