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희 대한변리사회장 "지적재산권에도 '임진왜란' 왔다" 지식주권 시대 빠르게 도래불구정부, 日·中비해 대응책 한참뒤져 "독도 영토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지식주권'입니다. 일본과의 '지적재산 임진왜란'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공계지원특별법' 등 국내 주요 과학기술 관련 법안들의 초석을 닦았던 이상희(67ㆍ전 과기처장관ㆍ사진) 대한변리사회장. 그는 지난해 2월 회장 취임 후 변리사 1,200여명이 가입한 국내 유일의 변리사 단체를 진두지휘하며 특허권 등 국내 기업들의 산업재산권 권리 수호에 여념이 없었다. 이 회장은 "지식주권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 중국에 비해 이에 대한 대응이 한참 뒤떨어진 상태"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 2003년 지적재산권 입국을 선언, 직접 지적재산 전략본부장을 맡아 관련 부처를 다독이며 지적재산 관련 각종 지원과 전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부품소재 및 로열티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224억달러를 기록, 최근 3년 사이 무려 2.4배나 급증한 것도 일본의 이 같은 지적재산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게 이 회장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기업이 신규 출원한 특허건수만 7,000여건에 달하는 중국도 최근 발빠른 지재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단다. 이 회장은 "한ㆍ중ㆍ일 특허제도 관련 협상도 현재 세 국가의 변리사 단체간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대한변리사회의 대표성 상실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 대한변리사회는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로 등록돼 있고 최근 변호사들 사이에서 제 2의 변리사단체 결성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법정단체는 회원 의무가입, 재교육 등 회원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임의단체는 이 같은 권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ㆍ일 변리사 단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대한변리사회의 대표성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회장은 특히 제 2의 변리사 단체 문제와 관련 "그간 변리사회가 변호사 출신 변리사들에게 소홀한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면서도 "지금은 변호사와의 직역다툼이 문제가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응할 수 있는 변리사들을 길러내는 게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변리사회 수장인 그가 생각하는 변리사들의 역할은 매우 독특하지만 사려깊다. 변리사들은 '이순신 장군'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외국의 강력한 '지재권 쓰나미'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튼튼한 '거북선(특허망)'을 구축하는 게 변리사들의 국가적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빠른 대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그간 지재권 분야과 별 연관성이 없는 산자부에 소속돼 왔던 특허청을 '지식재산청' '지식재산부' 등 독자적 전문기구로 새롭게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허사건을 전문인력이 포진한 관할법원에 일임하는 일본의 '관할권' 제도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공계 기피현상, 과학기술자들이 홀대받는 시대적 상황을 고민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집단이 바로 변리사들"이라며 "이들이 세계를 상대로 활개를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입력시간 : 2005-03-21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