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끝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협상은 양국이 강경하게 대립하면서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렸다. 서비스, 노동 등 일부 분과는 진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이다.
농산물에서는 우리측이 미측에 토마토, 상추, 아보카도, 원피 등 50여개 민감품목의 개방을 확대하는 수정양허안을 제시했지만 미측은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자동차는 상호주의 원칙 아래 실무급 표준작업반 설치에 합의했으나 미측의 자동차세 폐지주장과 우리측의 관세철폐 요구가 충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섬유는 아예 3차협상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반면 일반 상품은 첫날 협상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미측이 TV브라운관, 신발, 완구류, 스포츠기구 등 1,000여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철폐’ 하겠다고 밝혀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
미측 반덤핑 제재완화를 목표로 나섰던 무역구제 협상 역시 기존 9가지 요구사항 외에 반덤핑 관세 부과조치 유보 등 우리측이 5가지를 추가로 요구했으나 미측은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분야는 미측이 국내 13개 국책금융기관의 특혜문제에 시비를 걸었지만 산업은행과 우체국 보험 등으로 문제가 좁혀졌다. 다만 미측은 산은과 우체국 보험의 특혜 철폐는 강하게 요구했다.
의약품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연내 시행에 미측이 “전적으로 이해한다”고 했지만 보험약 등재를 위한 ‘혁신적 신약’의 정의 및 비용, 효과성 등에 미측이 민감하게 반응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통신 분야는 ‘기술선택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미측 입장과 정부의 일정한 개입도 가능하다는 우리측 입장이 계속 대립했으나 외국계 해저케이블 기업이 국내 육상통신망에 접속하는 것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허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