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꾸로 한 개혁, 재벌·정부 닮았다

재벌 구조조정과 정부 부처축소 개편은 국민의 정부 개혁의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이 양대 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재벌과 정부 개혁은 닮은 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99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5대 그룹 부채규모는 98년말 234조5,460억원으로 97년말에 비해 13조1,670억원(5.9%)증가했다. 또 30대 그룹내의 자산비중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불황아래서도 빚이 늘고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것은 대기업들이 말로만 구조조정을 해온 반증이다. 부채비율이 감소하긴 했지만 자산재평가를 통한 것이어서 장부상으로만 개선되었을 뿐이고 매출이 증가했으나 당기순익은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여 헛장사를 한 셈이다. 덩치는 공룡이면서 경영은 엉망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주츰거리고 있을 수는 없다. 대기업들이 과다한 부채를 줄이지 않을 경우 기업과 금융의 부실 악순환으로 이어져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기업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의지가 약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속셈도 없지않을 것이다. 정부도 강하게 압박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 정부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한 조직개편은 물건너 간듯하다. 재벌들이 내심으로 그랬던 것처럼 각 부처가 반발하고 조직적인 로비 앞에 부처통폐합등 직제개편계획은 없던 일로 끝나가고 있다. 기능조정도 철밥통의 저항에 걸려 후퇴할 조짐이다. 오히려 각 부처가 국실을 늘리는 등 조직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제살을 깎지 못하면서 남의 살만 깎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됐다. 정부나 재벌이 개혁을 뒤로 돌리기에는 닮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국민의 정부 2년째에 들어섰다. 개혁의지가 느슨해지기 쉬운 때이다. 재벌이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처럼 정부도 고통을 솔선해야 마땅하다. 자율에 한계가 보이고 벽에 부딪쳤을 경우 그 타성을 깨고 실천하는 힘은 강력한 지도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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