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8월 29일] 힐러리의 화려한 퇴장

민주당원들은 지난 26일의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의 연설을 손꼽아 기다렸다.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의 경선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판가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힐러리 진영은 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 사이 오바마 진영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 지지도가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힐러리 의원이 연설에서 민주당의 분열을 심화시키지는 않을지, 결국 매케인 의원에게 힘을 보태주지는 않을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힐러리 의원은 오바마 의원의 기대에 부응하는 쪽을 택했다. 이날 힐러리 의원은 자신감과 호소력이 돋보이는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이 실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힐러리 의원은 민주당의 단합을 외쳤고 자신의 지지자들도 오바마 의원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로지 저를 지지하기 위해 민주당의 선거캠페인을 지켜보셨습니까, 아니면 8년간 조지 W 부시 정부 때문에 고통 받은 사람들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오바마 의원으로서는 마음이 놓일 만한 연설이었던 셈이다. 힐러리 의원은 11월 대선에서 오바마 의원이 패하기를 내심 바랄 법도 했다. 2012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차기 대선에서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인 탓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설에서 힐러리 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 의도도 엿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제 민주당이 패한다 하더라도 책임은 오바마 의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은 28일 대선후보 수락연설 이후에도 험한 길을 지나야 할 것이다. 아직 그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적합한지, 러닝메이트로 힐러리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다. 그는 이 같은 의문들을 불식시키고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부동층에도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모호한 언사와 이상주의를 버리고 보다 명료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오바마 의원은 자신이 힐러리 대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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