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미래형 조직으로…" 고심끝 극약처방

긴장 불어넣어 조직 타성화·경직화 방지포석<br>실적부진 계열사 한바탕 감원바람 몰아칠 듯


“기존 성공에 대한 도취와 지나친 자기 확신은 현재의 성공이 미래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27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성공한 기업의 3대 함정’이라는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작금의 삼성그룹이 처한 현실과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고서는 로마제국의 멸망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며 “성공은 자만과 나태의 씨앗을 잉태해서 성공 자체가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침식요인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고심 끝에 명예퇴직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보고서가 강조해온 ‘함정에 빠지지 않는 해법’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강건하지만 ‘글로벌 톱’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위해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형 조직으로 거듭난다=삼성전자의 휴대폰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지성 사장은 취임 직후 그룹에 경영진단을 자청하고 나섰다. 외부의 공정한 진단을 통해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한 의도에서다. 이건희 회장이 연초부터 ‘샌드위치 위기론’을 경영화두로 내놓으며 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무엇보다 조직의 타성화ㆍ경직화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삼성전자 실적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간 글로벌 톱이라는 고지 앞에서 추동력을 잃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칫 자만심에 빠지기 쉬운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력구조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대외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인력에 손을 댄 것은 그만큼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 2004년 57조6,323억원을 기록한 뒤 2005년 57조4,576억원, 지난해 58조9,727억원으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의 급락으로 상반기 실적도 지난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고유가 지속과 원ㆍ달러 및 원ㆍ엔 환율 하락 등으로 미래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면서 “현재 기업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만큼 내부적으로 낭비요소가 있으면 이번 기회에 털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직화된 조직을 뜯어고쳐야=삼성전자가 인력구조조정을 택한 또 다른 배경은 최근 몇 년간의 방만한 조직관리가 한계상황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출이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인력증가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라며 “이번 인력구조조정은 국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진행하는 ‘피트니스’”라고 말했다. 단순히 비용절감이나 ‘군살제거’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근력’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지난 2000년 4만3,996명에서 지난해 8만5,813명으로 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은 7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직원 1인당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2004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IMF 때 명예퇴직과 분사 등으로 인력을 대폭 줄였지만 2005년에만 직원 수가 2만명 가까이 늘어나며 인력이 과도하다는 문제제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의 명예퇴직 단행은 불가피하게 다른 삼성 계열사에도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명예퇴직을 단행할 경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르면 연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명예퇴직 신청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삼성SDI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은 그룹의 경영진단을 거쳐 한바탕 감원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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