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준 모호한 해외부동산 취득제

김민열 기자 <경제부>

“정말 관광비자만 있으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나요? 해외에 얼마나 있어야 됩니까? 관광비자가 필요 없는 나라들은 어쩌죠….” 해외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내놓은 해외 부동산 취득제도가 시행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완화된 기준이 불명확해 혼선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재정경제부는 국내에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가 조기유학을 위해 해외에 머무는 자녀와 부인이 거주하는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외 부동산 취득제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본인(父) 2년 이상 체류’로 묶여 있던 주거용 해외주택 구입자격을 ‘배우자 2년 이상 체류’로 확대한 것. 제도가 발표되자 배우자의 2년 이상 해외 거주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학자녀를 데리고 가는 엄마들 상당수는 3~6개월간의 단기 관광비자로 들어가는데 취업비자나 해외근무 발령 등이 없이 2년 이상 거주를 어떻게 증명하냐는 것이다. 급기야 재경부는 6개월 관광비자를 취득해 출국한 뒤 비자를 2년까지 연장하거나 취업 혹은 학업비자로 변경하면 부동산 취득 신고를 수리해주는 완화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방안에도 맹점은 있다. 국가간 비자면제 협정으로 관광비자 자체가 필요 없는 나라의 경우 관광비자를 근거로 체류를 인정받기 힘든데다 한번 취득 후 유효기간이 10년인 미국 관광비자의 경우 별도의 연장이 필요 없어 연장을 통해 체류기간을 증명한다는 기준이 모호해진다. 대부분 전업주부인 배우자에게 취업비자나 학업비자를 요구할 경우 또 다른 편법을 부추길 수도 있다. 배우자로 취득대상을 확대했으나 이 역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정부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냐’ ‘상처하거나 이혼한 엄마들은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을 위해 주택을 사줄 수 없느냐’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어 재경부가 다른 완화책을 내놓아야 될 판이다. 제도를 개정할 때는 처음부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모든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자꾸만 예외조항이 생겨 뜯어고친다면 문제의 본질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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