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수료율 자유화와 온라인 주식거래 확산, 신설 증권사 진입 등으로 위탁거래 수수료에 의존해오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급격한 수입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증권사의 주인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바뀐 경우도 있었고 증권사간의 인수합병설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흔히들 국내 증권사가 너무 많다거나 은행처럼 대규모 증권사로 합병해야 한다, 덩치를 키워야만 살아 남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한 숫자나 규모논쟁이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증권산업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일본만해도 대형사부터 부띠크(전문점포) 규모의 증권사까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증권산업에 대한 정책방향 역시 대형화ㆍ투자은행화라는 대안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업무로 특화된 증권사라는 또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은행업무란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재무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최적의 자금 조달운용 솔루션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투자은행업무는 합병에 따른 대형화로 관리 부문의 부담을 줄이거나 약정점유율 순위 상승만으로 그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한편 개인ㆍ법인 대상의 리테일영업에는 홈트레이딩을 포함한 위탁 중개업무 외에도 수익증권ㆍ뮤추얼펀드 같은 금융상품 판매, 랩어카운트 상품,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국내 증권사들은 이들 대부분에 대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위탁매매에 치중해온 국내 증권사들의 현실로 볼 때 경쟁력 있는 특화된 분야를 내세우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온라인거래 확산에 따른 위탁수수료 감소는 어떤 형태로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개발하여 안정된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에서 자산관리형 영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 영업은 고객의 잦은 매매행위를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 컨설팅을 통해 최적의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이익률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만 증권사는 자산규모가 늘어날 때까지 수입감소를 감수할 만큼 안정된 재무구조와 다양한 수입원을 갖춰야 한다.
또 자산관리형 영업에서는 내부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구조ㆍ 시스템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사람'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아쉽게도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이 영업직원 교육에 있어 아직까지도 주식매매를 위한 기본적 분석이나 기술분석 같은 주제에 머물러 있다.
외부 위탁교육 과정을 활용하고 각종 자격시험 과정을 권장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위한 '사람 변화' 목적의 전문교육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변모할 것이다. 이제 한국의 증권시장도 점점 성숙해가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의 투명성과 대주주들의 윤리성에 대한 신뢰형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나가야 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과거와 같이 대박을 쫓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시중 금리보다 조금 더나은 '안정된' 수입을 추구하는 정도(正道)투자자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질적인 변화를 주도해야 할 국내 증권사들 역시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이에 걸맞는 시스템과 인력 개발, 교육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이영환<신영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