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앉아서 당한 SK와 한국

재계 3위 SK그룹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정확하게 50년이 걸렸다. 반면 SK그룹이 통째로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직면한 것은 채 보름이 되지 않는다. SK그룹의 경영권 위기를 보면서 `허탈`하고 `이럴 수가`하는 장탄식이 먼저 쏟아지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것이 SK는 물론 우리 경제의 현실이란 생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SK㈜의 1대주주가 된 크레스트 펀드에 대해 외국인기업으로 해석하는 데 상반된 입장이었다가 급히 조율했다. SK㈜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서는 입을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는 정부의 말은 `부도수표`였음이 적나라게 드러났다. 규제 일변도 정책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음도 노출됐다. 정보통신부도 허둥대긴 마찬가지다.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사업의 외국인 지배를 막기위해 만들었다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오히려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의 경영권을 흔드는 데도 속수무책이다. 정통부는 대책을 마련 중 이라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업계관계자는 “치밀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행보에 정통부가 호되게 당하고 있다”고 혀를 차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은 SK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어찌됐든 경영권 방어는 당사자인 기업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SK㈜와 SK그룹이 기민하게 대응하거나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1대주주가 바뀐 지 사나흘이 지나도 SK㈜는 그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치 못했다. 크레스트측이 경영참여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도 정작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SK㈜ 직원이“우리 회사가 이것밖에 안되느냐”며 한탄했을까. `적대적 M&A`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외국인의 자본투자를 비틀어 볼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는 자유화된 자본시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십년 공들여 키운 회사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법과 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SK에게도 묻고 싶다. 기업활동의 전제 조건인 경영권 안정 및 방어에 대한 초보적인 준비도 갖추지 않고 과연 무엇에 대해 `OK`할 수 있는지를. <손철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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