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3월17일, 크고 작은 9개 국가에서 모인 대표들이 ‘이탈리아 왕국’을 선언했다. 476년 서로마제국이 게르만족 용병 출신인 오도아케르 장군에게 멸망한 지 1,385년 만에 이탈리아에 통일국가가 등장한 순간이다. 환희의 찬가는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초대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실의에 빠진 사르데냐의 왕위에 올라 입헌군주제를 확대하고 재정과 행정을 개혁해 통일 역량을 기른 군주지만 영웅은 따로 있었다. 통일과 부흥(risorgimento) 운동의 깃발을 가장 먼저 치켜든 인물은 마치니(Mazzini).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입김에서 벗어나 옛 로마제국의 영광을 재연하자며 청년 이탈리아당을 결성해 독립운동의 불을 댕겼다. 두번째 주자는 가리발디(Garibaldi). 1,000여명의 무장병력으로 구성된 ‘붉은 셔츠단’을 이끌며 남부 지역을 점령해 통일 기반을 다졌다. 공화주의자였지만 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 남부를 에마누엘레 2세에게 조건 없이 바친 그는 오늘날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꼽힌다. 세번째 영웅은 카보루(Cavour) 백작. 아무도 원치 않았던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프랑스를 설득하고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여 롬바르디아와 토스카나 같은 소국을 병합, 자주적 통일을 이뤄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민족혼을 일깨우려고 1907년 재번역한 ‘이태리 건국 삼걸전’도 이들의 활약을 소개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통일은 독일 통일(1871년)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여전히 미완성이다. 북부와 남부의 경제력 격차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벌어지며 연방제 도입, 분국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통일되지 않았다면 이탈리아는 수많은 도시국가가 할거하는 지역으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