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늘어나는 세계사이버 범죄와 보안산업] 해킹ㆍ바이러스 갈수록 고도화

대도(大盜) 두 명이 절도 역사상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약 7조 8,000억원)의 돈을 훔쳐낸다. 범행장소는 대형 은행이나 보석상이 아닌 전세계 금융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국제은행의 메인 컴퓨터. 뉴 밀레니엄의 혼란을 틈타 메인 컴퓨터 실에 침입한 도둑들은 간단한 프로그램 조작으로 수많은 개인계좌에서 소액의 금액을 빼내 만들어낸 `거금`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계좌로 챙겨넣는다. 영화 속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사이버 범죄 발생이 급증하는 한편 그 수법이 매우 고도화되고 있어 이 같은 이야기가 머지않아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 웜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발생한 `인터넷 대란`은 이 같은 가능성이 상상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경각심고조와 함께 차세대 IT 핵심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관련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점검해본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혼란을 초래한 웜바이러스 확산은 사이버 테러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할 정도로 그 피해가 막심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는 미국에서조차 응급구조대 911센터의 운영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등 대형 금융 업체들도 고객들의 자동 현금출납기 마비로 고객들의 현금 인출 불능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 역시 IT 보안 관련 지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해는 물론 기업의 신뢰도의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 비단 이번 웜바이러스 확산이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해커들의 사이버 범죄 행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기업들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한 컴퓨터 보안전문업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1만건 정도에 불과하던 사이버 범죄가 지난해 8만건을 돌파하는 등 최근 4년새 8배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킹 건수는 올 1월 2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번호와 암호를 알아내는 단순범죄뿐 아니라 기업 컴퓨터시스템에 침입, 상품개발전략이나 신상품 정보 또는 사업수주계획 등 극비정보 등을 빼내 해당회사의 경쟁사에 팔아 넘기는 등 수법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이 급증,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이와 비례해 커지고 있다. IT관련 전문조사기관인 IDC는 컴퓨터 보안관련 산업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2001년 60억달러 규모의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은 연 평균 성장률 18%를 기록하며 2006년에는 14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IT보안산업은 방화벽,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등 제품 위주의 시장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정보보호 컨설팅, 보안관리 서비스, 보안 호스팅 등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는 등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체는 물론 하드웨어 업체들까지 보안 제품ㆍ서비스 사업으로 발을 뻗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컴퓨터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의 경우 네트워크 보안 사업확장을 위해 관련 업체인 오크나를 1억5,400만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불과 1년전 향후 마이크로 소프트(MS)의 가장 큰 도전은 `보안`문제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MS는 최근 자사 서버를 통한 웜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보안 구축을 최우선 해결 문제로 꼽으면서 관련 인력과 사업부문을 대폭 확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관련기사



윤혜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