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터리/8월 24일] 언제 집을 사야합니까

"도대체 언제 집을 사야 합니까." 주택금융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니 평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쌀 때 집을 사서 집값 상승의 덕을 볼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내 집 마련이 무슨 주식투자도 아닌데 적절한 '매수 타이밍'을 알려달라니 솔직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주식 전문가라고 한들 미래 가격을 족집게처럼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므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도리밖에 없다. 집은 본디 삶의 보람과 행복을 찾는 안식처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오로지 재테크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바뀐 듯하다. '부동산 불패'다 뭐다 해서 집 없는 사람들은 저마다 내 집 마련에 올인하고 집 있는 이들은 더 많은 집을 소유하기 위해 안간힘 쓴다. 저금리 기조 속에 금융 도움으로 집 구입하기가 수월해지면서 대출을 통한 투기와 가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집값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무턱대고 빚을 얻어 집을 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너무도 자주 보게 된다. 흔히들 '집은 재산목록 1호'라고 말하듯이 한국인의 집에 대한 소유욕은 남다르다. 하지만 단순히 전통적 가치관이나 고유정서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그 집착의 정도가 요즘 너무 강해진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집에 매달리는 것일까. 최근 전상인 서울대 교수가 낸 '아파트에 미치다'는 책에 명쾌한 분석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그 이유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아파트 공급을 위주로 한 정부의 주택보급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자체가 재산증식의 가장 유력한 방편이자 부의 원천이 됐고 나아가 사회적 신분의 척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주도의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강남불패'식의 재테크 신화가 탄생했고 아파트의 위치와 크기ㆍ가격 등에 따라 거주민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가 판가름 나면서 자연스레 좋은 동네, 좋은 집에 대한 집착이 커지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 결과 아파트 평수와 자녀들의 성적(등수)으로 사회를 서열화하는 한국식 '평ㆍ등주의(坪ㆍ等主義)'마저 고착화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듣고 나면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쓰리다. 집에 대한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야 없겠지만 집을 언제 사야 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이젠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어느 공익광고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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