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내수산업 해외로…해외로…] “세계 곳곳서 ‘메이드인코리아’

할인점·홈쇼핑·의류·식품업체등 속속 中진출<BR>패션·화장품은 伊·佛등 해외 본고장에 도전장

중국인들이 한국 대형할인점에서 날마다 장을 보고, 한국의 의류 브랜드를 입고 다니면 ‘고품격 멋쟁이’로 인정을 받는다. 미국 소비자들은 매콤한 우리 라면을 별미로 끓여 먹고, 멋의 본고장인 프랑스 여성들은 한국 브랜드의 향수로 몸단장을 한다. 대형 할인점과 홈쇼핑, 식품, 술, 옷가지와 화장품 등 국내 소비자들만을 의식해 사업을 펼쳐 온 전형적인 내수 기업들이 비좁은 한국 땅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행렬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인구 5,000만이 안 되는 국내 시장은 이미 더 이상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든 포화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 성장만이 생존의 절대 필요조건이 돼 버린 무한경쟁 속에서, 각 업계의 대표주자들은 국내에서 벽에 부딪힌 ‘성장’이라는 난제에 대해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공통된 답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업종을 막론하고 ‘해외 진출 0순위’로 꼽히는 것은 단연 중국이다. 13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현재 5조4,000위앤. 700조원 이상의 돈이 거래되는 막대한 크기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국내 시장은 제자리를 지키기도 힘들었던 지난해, 이 거대한 중국의 소매 시장은 13%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거대한 시장 규모, 성장 잠재력에 지리적 인접성까지 겸한 중국은 ‘우물 안 경영’에서 벗어나려는 내수 업체들에게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땅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할인점 업체들이다. 좁은 땅과 제한된 인구로 지난 10년간의 급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워진 할인점들이 땅 넓고 사람 많은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직은 일부 업체들이 제한된 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수준이지만, 각 업체들은 향후 수년 이내에 중국에서의 대대적인 시장 확대 또는 신규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도 최근 1~2년새 속속 중화권으로 입성했다. 아직은 방송시간이 제한적이고 취급 상품도 제한적이어서 업체별 매출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각 업체는 단기적인 매출보다 중국이 홈쇼핑 업계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사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수업종의 대표격인 식품업계 역시 중국인의 입맛 잡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라면, 과자 등 국내에서 장수 식품으로 자리를 잡은 대표 브랜드들을 중국에서도 대표 제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의류업계도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로운 중국 의류시장에서 국내 유수의 브랜드들은 차별화를 위한 고가정책을 구사, 상류층을 위한 최고급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해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특히 올해 이후 투자를 확대, 중국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킨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나 치약 등 일상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 치고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딛거나 적어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지 않는 사례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무조건 시장 확대와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국제 유통전문가인 엘리자베스 하워드 교수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신 시장진입 실패의 가능성도 높은 ‘고위험-고수익’형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내놓은 ‘기화와 위협이 공존하는 중국시장’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이 전반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소비재 시장이 벌써 보급포화 상태에 다다르는가 하면 다국적ㆍ중국기업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아직 진입 초기단계인 국내 내수기업들에게는 도약의 기회만큼이나 도태의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중국이 국내 내수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의 ‘축’이 될 시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일시적인 시장 불안을 거치더라도 시장질서가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안정된 거대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중국에는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 상하이 엑스포 등 경제 성장의 대형 호재가 예고돼 있어 국내 기업들의 중국행 뜀박질은 앞으로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내수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중국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체들은 해외 본고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기도 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역량을 과시하기도 한다. 신흥 시장인 중국에서의 실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선진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아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신감을 갖고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국내 1위의 패션업체, 화장품업체가 각각 이탈리아에 연구소를 개설하고 프랑스에서 향수 사업을 벌이는 등 ‘종주국 진출’에 グ毒?두는 것은 이처럼 상징적인 이유에서다. 애주가들이 많은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소주가 7년 연속으로 단일 브랜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제 전세계 곳곳에 우리나라 내수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가장 서민적인 음식인 라면이 미국인들을 위해 미국 현지에서 제조되기 시작했고, 국내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까지 매장을 냈다. 이 밖에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은 ‘세계는 넓고 팔 곳은 많다’는 모토 아래 각지의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까다로운 취향을 지닌 국내 소비자들에게 검증받은 제품과 서비스를 앞세운 만큼 어디에서도 “제품 경쟁력 하나만은 자신 있다”는 것이 이들 업체가 성공을 확신하는 근거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깨고 해외로 쭉쭉 뻗어가는 우리 기업들에 더 이상 ‘내수 기업’이란 단어는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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