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에 '키코'는 주홍글씨?

태산LCD 파산이후 은행들 여신한도 잇단 축소<br>담보 충분한데도 대출 퇴짜… "가입 독려땐 언제고" 불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에 대한 은행권의 돈줄 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태산LCD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쓰러지자 자사가 판매한 KIKO 탓에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대출 회수의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견 디스플레이 업체 A사의 재무담당자는 최근 거래은행으로부터 잇따라 ‘여신한도를 줄이자’는 전화를 받았다. 이중 한 은행은 아예 여신한도를 없애자고 했다. 여신한도 약정은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것으로 한도를 정해놓고 그안에서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종의 비상자금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담당자는 “태산LCD가 키코 때문에 쓰러지자 키코 가입업체의 여신을 줄이려는 것 같다”며 “키코로 막대한 손실을 입혀놓고 여신까지 줄이겠다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역시 경기도에 있는 섬유업체 B사는 얼마 전 신규 여신을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동산 담보여력이 충분했지만 은행 직원은 키코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추가 여신이 불가능하다고 잘랐다. 이 회사의 C사장은 “키코를 판매할 때는 기업의 신용상태를 평가해 약정해놓고 지금 와선 키코 손실을 감안하면 담보여력이 없다고 한다”며 “연말이 되면 기존대출 만기까지 돌아오는데 그땐 정말 막을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은행권의 압박이 지난 16일 태산LCD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면서 갑자기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은행들이 일제히 여신한도 축소나 신규 여신 금지 등의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키코에 가입한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태산 사태 이후 키코 가입 업체들은 은행권에서 ‘대출 금지’라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며 “은행이 지금 (자금을) 융통하지 않으면 키코 업체들의 도산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 업체들도 언제 파장이 미칠까 불안해 하긴 마찬가지다. 코스닥 기계업체인 D사의 재무담당자는 “보통 신용등급 평가는 1년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3월에 하는데 이번에는 은행이 3ㆍ4분기 보고서가 나오는 오는 11월쯤 하자고 할 것 같다”며 “대출축소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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