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감세 멈칫

초고유가 대책따른 10兆넘는 재원 필요<br>법인세 인하 부담 커 "소득세 감세 U턴"<br>부유층 主대상에 MB정권 지지율 추락 가속될수도


오는 9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감세를 추진해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지난해 22.7%에서 2012년까지 20%로 낮추겠지만 상속세율ㆍ소득세율은 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에 발표한 법인세 인하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예기치 못한 초고유가 대책에 1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또 추가 감세는 우리 경제의 강점인 재정 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진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특히 광우병 파동으로 민심 이반이 극에 달한 마당에 부유층이 주 대상인 감세안은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 추락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업 승계=상속세율 완화는 아니다”=정부는 상속세율 인화와 가업상속 요건 완화는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상속세 폐지 및 인하는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목적인 반면 가업 상속은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과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도 “가업 승계를 위한 세제개편에 대해 호의적이던 여론이 재계가 상속세 폐지를 요구하면서 덤으로 묻어가는 바람에 악화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은 대주주인 대표이사가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공장을 팔면 해당 기업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6월 중소기업 1,8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업 승계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78.2%(복수응답)가 ‘승계 관련 과중한 조세부담’을 꼽았다. 또 상속세ㆍ증여세를 납부하기 어려운 이유로 48.6%(단수응답)가 ‘현금 등 납부에 필요한 기타 자산의 부족’을 들었다. 반면 대기업은 상장사가 대부분이고 총수 일가의 지분이 미미해 상속세를 부과할 경우 경영권 승계가 어려울지 몰라도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은 없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지난해 12월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ㆍ증여세제를 개편했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앙회의 입장이다. 현행 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가업으로 인정받아 상속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해당 기업을 15년 이상 운영해야 하고 운영기간의 80%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하는 등 다섯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앙회 관계자는 “독일처럼 중소기업 상속 시점에서 상속세 납부를 전액 유예한 뒤 1년마다 고용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10년 뒤 전액 면제해주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에 감세안 멈칫=재정부는 공식적으로 “고유가 대책이 추진돼도 재정 건전성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대책이 내년 6월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막은 다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떨어져도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주던 혜택을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이후 경기둔화로 세수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존의 상속세율ㆍ소득세율 인하 방침에서 ‘U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부는 그동안 중장기 조세개편 방향으로 세금부담이 특정 계층(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반적인 소득세율을 내리되 현재 47.4% 수준인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면세자 비중을 40%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또 ‘강부자 내각’ 논란에다 광우병 파동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내각 사태를 야기했던 것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6년 납세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낸 사람은 납부 사유가 발생한 30만여명 가운데 2,22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속세를 완화하면 ‘부자 정권’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관심사인 부가세의 경우 세율은 그대로 두는 대신 면세품목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가세는 전체 세목 중 세수 비중이 가장 높아 섣불리 건들기 힘들다”며 “기본적으로 비과세 품목을 줄일 방침이지만 한나라당 등의 의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부가세율 인하와 함께 서민들의 주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의 부가세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 당정 조율 과정에서 부가세 면세 대상에서 빠지거나 새로 들어가는 품목이 생길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재정부는 부가세 과세 대상에 ▦금융ㆍ보험 부문의 부수적인 금융서비스 ▦여성 위생용품 ▦미용 목적인 성형수술 ▦장례식장 사용료 ▦보충학습 및 운전학원 등 수강료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재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감세안은 규제완화와 함께 MB노믹스의 양 날개이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3년 전부터 중장기 세제개편안을 검토해왔다”며 “남은 것은 정권 차원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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