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짜 비즈니스'는 밤에 이뤄진다?

공식설명회 '소리만 요란' 은밀한 상담이 수주 좌우<br> 중동현지 첩보전쟁 치열 정부, 세일즈 외교 시급

'진짜 비즈니스'는 밤에 이뤄진다? 공식설명회 '소리만 요란' 은밀한 상담이 수주 좌우 중동현지 첩보전쟁 치열 정부, 세일즈 외교 시급 지난 4월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미국 국무부가 아시아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이라크 재건사업 설명회'에 참석하려는 각국 건설업체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업체는 국내 기업까지 포함해 모두 600여곳. 참여인사 대부분이 부사장급의 중역이었을 정도로 설명회에 대한 중국ㆍ일본ㆍ동남아 건설업체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러나 정작 설명회는 '소리만 요란한 잔치'로 끝났다. 참여업체들은 행사 후반에 기획됐던 전후복구사업 원청업체(주계약자ㆍprime contractor)들과의 개별상담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개별상담을 취소한 것이다. ◇'진짜 비즈니스'는 '조용히' 이뤄진다=행사 참여업체 대부분이 풀이 죽어 되돌아갔을 무렵인 당일 저녁. 서울 한켠에서는 향후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를 좌우할 중요한 만남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김호영 현대건설 부사장이 이번 행사를 위해 입국한 주요 원청업체 부사장급 중역들과 연속으로 개별 회동을 가졌다. 이들 원청업체는 루이스버저(Luis Berger)와 파슨스(Parsons), 그리고 플루어(Fluor) 등 3개사. 김 부사장은 이들 업체 중역들로부터 향후 추가로 발주될 재건사업의 원ㆍ하청 프로젝트에 대해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구두 합의를 보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진짜 비즈니스'는 '조용히' 이뤄진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첩보전쟁의 불꽃이 튄다='조용한 전쟁'은 후방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수주전의 최전선인 중동 현지에서도 치열하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4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 14건의 발주가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수천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발전소 건설사업은 십억달러 이상의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는 국내의 굴지 업체 2곳도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알스톰 등 해외 경쟁업체들과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 한 건설사의 경우 수년간의 철저한 입찰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찰공고가 나기 전부터 보다 경쟁력 있는 입찰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경쟁사와의 벤치마킹, 유사 사례 연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 그 이면에는 최전방인 리비아 현지에 파견된 직원들의 고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입찰정보를 입수할 수 있느냐 여부가 수주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해외건설담당 중역은 "해외건설 수주의 성패는 열사의 땅이건, 전쟁터건 가리지 않는 현장 직원들의 투철한 비즈니스에 의해 일찌감치 정해진다"며 "지금도 수천명의 한국인 전사들이 해외현장의 척박함을 극복해가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즈 외교 필요성 갈수록 커져=국내 기업들은 전ㆍ후방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뛰고 있지만 자국 정부의 강력한 외교력을 등에 업고 뛰어드는 선진국 기업들에 비하면 경쟁여건이 너무나도 불리하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대규모 국책자금을 풀어 자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돕는 차원까지는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현지의 우리 공관을 통해 발주처 인사들과 자주 교류를 갖고 우리 기업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나마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최근 해외건설붐이 다시 일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세일즈 외교'가 살아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주재하고 있는 박인국 대사는 최근 외교관 경력 중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UAE는 중동 무역의 메카인 만큼 박 대사는 "UAE는 물론 이란ㆍ이라크에 대해 누구보다도 훤히 알고 있다"며 "하드웨어(자금력)에 의한 외교가 어렵다면 소프트웨어(돈독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세일즈 외교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별취재팀 정구영(팀장)·이정배·박현욱·이종배·문병도·민병권·이혜진기자 입력시간 : 2004-08-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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