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창호 기사­몰입과 마무리(스타 경영학)

◎확신없는 수 안둬… 반상 천하통일/정확한 계산·형세판단 끝내기 승부수/“멋보다 실리” 변신위해 24시간 탐구이창호 기사(9단)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보다 정확한 「끝내기」다. 그의 등장 이전에 바둑에서 끝내기는 판을 마무리짓는 단순한 절차에 불과했다.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기사가 끝내기에서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이런 상식을 깼다. 그는 항상 끝내기에 마지막 승부를 건다. 끝내기는 승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또다른 승부처라는 것을 증명했다. 오랜 수련끝에 그는 허공속에 숨어 있는 반집을 찾아낸 것이다. 이기사의 스승인 조훈현 9단이 15년 동안 자신의 왕국을 굳건히 지킨 것은 빠른 포석과 중반 전투에서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창호 기사가 등장한 이후 승부는 마지막에 가서야 결정됐다. 그의 끝내기 승부는 우리경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은 선진국에 비해 늘 끝마무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겉모양과 성능만 그런대로 갖추면 된다는 안이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그가 강한 또다른 이유는 반집까지 세는 탁월한 계산능력을 바탕으로한 정확한 형세판단이다. 모호한 두터움(세력이 좋은)마저 그는 헤아린다. 이전까지 바둑에서 두터움은 주먹구구였다. 그저 『두텁다』 『엷다』 『불리하지 않다』는 정도였다. 단순한 경험과 막연한 감에 의존했다. 그러나 그는 두터움에 과학과 수학을 도입했다. 한치도 틀리지 않는 숫자로 바둑판을 경영했다. 두터움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철저히 계산 하고, 대처했다. 바둑인들이 그를 「신산」(신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능력 때문이다. 감의 경영, 양적팽창이 지금 우리기업을 어떤 형국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보면 그의 바둑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해 진다. 그는 확신이 서지 않는 길은 가지 않는다. 화려한 길보다 답답하지만 확실한 길을 택한다. 멋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돌부처」「강태공」이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그는 기다림의 달인이다. 집요함이다.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끝까지 매달린다. 급하다고 서두르는 경우가 없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을때 그는 독수리처럼 승리를 낚아챈다. 유독 극적인 역전승, 반집승을 자주 거두는 것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에서 비롯된다. 잘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몰리고, 안된다 싶으면 성급하게 포기하는 기업인들이 그의 스타일을 배우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창호 바둑은 경험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변화를 잘 수용한다. 초반부터 정석에 없는 신수를, 그것도 세계 일류를 상대로 구사하는 과감성도 자주 확인된다. 그는 정상에 오른후에 무한한 탐구심으로 새로운 변신을 계속하는 진정한 일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인 그는 국내 최연소 타이틀획득에서 시작해 앞으로 10년동안 그를 능가할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세기적 천재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이기사만한 기재를 가진 어린이는 전국에 널려 있다. 그들은 모두 미래의 이창호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하지만 아직 그를 넘어설 천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는 타고난 기재에 무서울 정도의 몰입성을 갖고 있다. 그는 「24시간 바둑만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진정한 프로다. 집중과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때 진정한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 이창호가 바둑을 통해 우리기업들에게 주는 교훈이다.<채수종·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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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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