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자립 통해 로열티 굴레벗자”(차세대 이통 IMT­2000)

◎퀄컴에 CDMA로 5,000만불 내줘/「IMT」분야선 기술 홀로서기 절실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의 국제 표준규격 제정을 둘러싼 북미, 일본, 유럽의 3파전에서 과연 한국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통신 국운의 장래를 가름할 중대한 결정을 앞둔 우리 정부의 고민이다. 정부로서는 3진영의 판세를 읽어가며 기다리다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다. 기술개발에 뒤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해 놓아도 국제표준이 거꾸로 가면 더욱 큰 문제다. 결국 일단 북미방식과 일본방식 모두를 개발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올해초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93개 업체로 「IMT­2000 개발협의회」를 구성, 미국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개발그룹(CDG)이 제안한 동기식 광대역 CDMA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일본 NTT도코모사가 제안한 비동기식 광대역 CDMA방식을 같이 개발키로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로 미국도 일본 NTT도코모의 IMT­2000 개발과정에 모토롤러와 루슨트테크놀러지를 참여시켜 자국 방식이 국제표준으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두가지 방식을 동시에 선택한데는 또다른 속사정이 있다. 바로 미국 퀄컴사에 막대하게 지불하는 로열티의 굴레를 차세대 통신에서만은 벗어보자는 생각이다. 국내 CDMA 4사(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맥슨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금까지 5천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퀄컴에 특허료로 지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최근 새로 등록한 특허를 근거로 3사(맥슨전자 제외)에게 75만달러씩을 더 내놓으라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CDMA기술을 상용화했다는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처럼 꼼짝못하고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멍에를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방식이 국제표준으로 결정되면 차세대 통신에서도 여전히 퀄컴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이 IMT­2000의 국제표준을 굳이 기존 협대역 CDMA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퀄컴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만일 IMT­2000의 국제표준이 일본 NTT도코모 방식으로 결정되면 우리나라는 일단 퀄컴의 로열티 지불에서는 대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깔아 놓은 무선통신망을 모두 갈아야 하기 때문에 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1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는 각국의 IMT­2000 표준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워크샵이 열린다. 정부는 여기서 일단 미국과 일본 두가지 표준방식을 모두 제안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샵의 토론 과정을 분석해 새로운 대응방향을 수립한다는 것이 국내 IMT­2000 개발협의회의 전략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양상을 볼 때 IMT­2000의 세계 단일 표준안은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각국의 실정에 맞는 형태로 2∼3개의 지역표준안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럴 경우 정부는 퀄컴의 로열티 굴레를 벗어나면서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 시점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 할 점은 유리한 세력을 선택한다거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방안을 찾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차세대 통신인 IMT­2000에서만큼은 한국이 원천기술을 갖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 어느 정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호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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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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