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3월 9일] 쩐의 전쟁

윤한철(사조그룹 마케팅실 대리)

원ㆍ달러 환율이 1,6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개입으로 1,600원까지 오르는 것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있어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안정세로 돌아서는가 싶던 곡물가격과 환율이 한 달도 채 안돼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월 현재 곡물(대두) 가격은 최고에 달했던 지난해 7월에 비하면 40%가량 떨어졌다. 문제는 환율이다. 곡물가는 내렸지만 지난해 7월 곡물을 수입했을 당시 환율이 1,000원대였고 지금은 1,600원선 돌파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대두 가격의 하락분을 고스란히 환차손으로 내주고 있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곡물가도 다시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대두나 원당 등을 수입하는 업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피가 바싹 마를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르면서 제품 가격은 올라가는 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곧바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는 그 후한이 무섭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한다.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는 것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필요 없는 불 소등, 이면지 사용 등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메시지들이 연일 올라온다. 일각에서는 환율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환율이 내리면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산업은 연간 매출이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등 예전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은 취약하다. 마진이 낮은 저부가가치산업 형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입장벽은 낮고 식품시장은 치열한 레드오션에 들어와 있다. 전 단위로 움직이는 환율에 순익이 뒤바뀌고 전 단위의 마진으로 승부하는 식품기업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10원이라도 비싸면 매출이 급감하는 치열한 경쟁 사이에 놓여 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는 현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이 살아야 소비자도 산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한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는 기업을 압박하고 감시할 게 아니라 원자재의 안정적인 수급과 환율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기업 역시 ‘쩐의 전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식품기업의 고객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쩐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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