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日 원전 폭발을 보며


연초부터 국내외적으로 우울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들의 떼죽음과 100년 만의 강릉 폭설과 이상 기후 등으로 신선 식품 및 생필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또 중동 정치불안에 따른 유가급등과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너지 정책 근본 수술 시급 최근 일본 노무라 연구소는 최악의 경우 배럴당 220달러선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는 걸프전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엄청난 유가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유가 상승 심각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OECD국가들은 비축유를 방출해 공급을 늘리고 한국은 에너지 절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유가 급등에도 내성이 강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만성적으로 유가상승에 취약한 구조인 한국은 개선이 시급하다. 미래에 유가가 올라가는 것은 자명하다. 석유가 제한적인 자원이며 중국이나 인도ㆍ남미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함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한파와 여름철 무더위는 매년 전력수요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래서 전력회사는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사운을 걸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유전개발은 더디며 원유 매장량은 점점 줄어들고 개도국의 소비는 치솟고 있으나 공급은 부족하다. 이제 3차 석유파동이 문제가 아니라 자원 확보를 위한 생존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의 3분의2를 원자력발전으로 대처하겠다고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워 둔 만큼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수술이 당장 필요한 이유다. 개혁의 시발점은 국민으로부터 먼저 나와야 한다.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그린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 제도 구축과 현실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재원 확보를 위해 전력가격 현실화가 시급하다. 소비자는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 그러나 전력 가격만큼은 둔감하다. 전력가격이 OECD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 요금을 100이라 두면 일본 290원, 미국 150원, 프랑스 170원, 영국 240원, 독일 250원이다. 세 번째로 에너지 효율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제조업에서는 효율향상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해 성과를 거두었으나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재활용은 제도 개선이나 투자가 여전히 미흡하다. 덴마크 칼룬보그와 같은 생태 산업단지는 폐열ㆍ폐수를 기업들 간에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오래 전 구축해 상당한 비용절감과 환경 개선을 이루었다. 대대적 그린 시민운동 필요 네 번째는 건물 에너지 효율이나 절약을 위한 규제가 너무나 미흡하다. 외관은 화려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건물은 많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빌딩제도를 강화하는 등 에너지를 극소화하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건물을 보수할 때 물과 에너지 효율이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건물 인가를 아예 내주지 않는 국가도 있다. 마지막으로 석유 자원의 생산량이 전무한 한국으로서는 신 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요한데 풍력이나 태양광에 너무 집중 돼있다. 한국 여건에서는 바이오 에너지ㆍ하폐수 처리 후에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한 에너지 이용에도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요즘 공익 광고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승강기를) 잡지 말고, (손잡이를) 잡으세요'에너지 절약을 위해 기억하기 쉽고 좋은 문구다. 이제 에너지 문제도 '과거를 잡지 말고, 미래를 잡으세요'라고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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